초기 대응 빨랐던 대구…사망자 속출한 美·유럽과는 달랐다

코로나 컨트롤타워 신속 운영

감염내과·예방의학 교수 등
2015년 메르스 때 구성한
민간자문단과 비상대응 협력
이탈리아, 미국 등 전 세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하며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하자 대구의 방역모델과 초기 대응이 국제적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최근 대구시에 코로나19 대응방안을 문의하는 세계 각국 의료진과 외신들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대구시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국내 확진자의 70%를 차지하는 집단발병의 중심지로서 신천지에 대한 미온적 대응과 요양병원 집단감염 등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대구에 첫 확진자가 나온 2월 18일부터 정부가 본격적인 지원에 나서기 전인 3~12일간 신천지 교인의 전수조사와 중증환자 분리, 비대면 환자 모니터링, 격리병상 확보 등 발빠른 대응으로 이탈리아의 베르가모, 미국 뉴욕과는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민복기 대구시의사회 코로나19대책본부장은 지난 20일 “유럽과 미국 등 세계 각국 의료진과 하버드대 연구소, 월스트리트저널, 독일 슈피겔 등 주요 외신들이 대구에 대응 정보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대구시의사회에 따르면 19일 현재 미국 뉴욕주의 확진자는 24만1041명, 사망자는 1만7671명으로 각각 미국 전체의 32%와 56%를 차지하고 있다. 사망률은 7.3%로 대구의 사망률(2.3%)보다 크게 높다. 이탈리아는 더 심각하다. 하루 사망자가 1000여 명에 이르는 등 최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가 가장 큰 북부 베르가모시에서는 화장장이 포화 상태에 달해 군용트럭이 인근 지역으로 사망자들의 관을 실어날랐다. 이탈리아의 사망률은 13%에 이른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하고 2월 25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대구에 가기까지 골든타임 7일간 코로나19의 컨트롤타워는 대구의 민관협력 네트워크였다. 대구시 비상대응자문단과 대구시의사회, 감염병관리지원단 3개 조직은 단톡방을 만들어 밤샘 연락과 회의를 했다. 국방부 등과 협력해 국군대구병원에 이동형 음압기 124개를 설치, 303개의 병상을 5일 만에 확충했다. 2월 25일 대구의 확진자는 499명으로 늘어났다. 당시 대구의 가용 음압병상은 30개 정도여서 확진자들이 병원에 가보지도 못한 채 사망하는 일이 벌어질 정도로 급박했다.비상대응자문단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 구성했던 민간 전문가 그룹으로 김신우 경북대 교수(감염내과), 이경수 영남대 교수(예방의학) 등 9명의 전문가가 60여 일째 활동 중이다. 2월 18일 밤 10명의 확진자 가운데 7명이 신천지 신도로 밝혀지자 시는 교인 명단 9000여 명을 확보해 유증상자 1241명을 사흘 만에 가려내 자가격리시켰다. 김신우 교수는 “유증상자 가운데 확진율이 80%까지 높았던 신천지 신도들을 초기에 신속히 지역사회와 분리하지 않았다면 대구도 유럽이나 미국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구시의사회 소속 의사들은 대구시가 지급한 100대의 발신전용폰으로 자가격리 환자들을 화상통화로 관리해 구멍 뚫린 방역체계를 메웠다. 적극적인 검사를 실시하며 중증환자를 신속히 찾아내 사망을 막은 세계 최초의 대응이었다. 김종연 경북대 교수는 “이탈리아(베르가모)와 미국(뉴욕)의 사망률이 한국(대구)보다 높은 것은 환자 모니터링과 의료기관 대응이 체계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치료제가 없는 상태에서 가장 강력한 조치는 압수수색이 아니라 유증상자를 찾아내 격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보기술(IT) 인프라를 활용해 확진자 동선을 신속하게 공개하면서 시민들에게 자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도한 점도 비교된다. 대구의 첫 코로나19 확진자인 31번째 환자의 동선이 공개돼 해당 장소의 폐쇄 조치와 긴급 방역이 이뤄졌고, 교회 입구 CCTV 분석 등을 통해 접촉자들까지 찾아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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