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안정펀드, 급한 불은 껐다…CP 금리 13일 만에 상승세 멈춰

20兆 펀드 본격 가동하고
韓銀, 금융사 RP 매입 '효과'
A1등급 0.04%P 하락 年 2.19%
치솟기만 하던 기업어음(CP) 금리가 13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정부가 조성한 총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가 가동을 시작하고, 한국은행이 금융회사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에 나서면서 급한 불은 어느 정도 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단기자금시장 경색의 근본 원인인 증권사 CP시장은 여전히 불안정해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상위 신용도인 A1등급 CP(91일물) 금리는 전날보다 0.04%포인트 내린 연 2.19%를 기록했다. CP 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 다음날인 지난달 17일(연 1.36%) 이후 13거래일 만이다. CP 금리는 이 기간에 0.87%포인트나 뛰며 5년 만기 회사채(AA-) 유통금리를 추월했다.

CP 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이 시행되기 시작한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산업은행 등 84개 금융회사가 출자해 조성한 ‘채안펀드’는 지난 2일부터 금융시장에서 발행되는 A1등급 CP를 담기 시작했다. 채안펀드 운용사들이 시중금리보다 다소 낮은 금리로 CP를 사들이면서 단기자금시장 변동성이 다소 진정됐다. 전날 한은이 금융회사 14곳(은행 2곳, 증권사 12곳)이 매입을 요청한 5조2500억원어치 RP(91일물)를 모두 매입한 것도 시장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금리 상승세는 일단 멈췄지만 단기자금시장에선 여전히 팽팽한 긴장감이 유지되고 있다. 투자심리가 냉각된 배경인 증권사 CP 발행 환경이 나아지지 않아서다. 채안펀드가 가동했지만 증권사가 발행하는 CP는 여전히 매입 대상에서 빠져 있다. 채안펀드가 이날까지 사들인 CP는 SK텔레콤, GS리테일, 아워홈 등 대기업이 발행한 CP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특히 CP 금리 급상승을 주도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단기자금시장은 언제라도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는 불안감이 적지 않다. 증권사들은 부동산 PF 대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삼고 지급보증을 통해 신용도를 보강해 만든 ABCP를 대거 발행해왔다. 증권사들이 지난해 발행한 PF 대출 ABCP만 해도 약 13조원에 달한다.

IB업계 관계자는 “채안펀드가 매입에 나선 것이 어느 정도 도움은 되고 있지만 여전히 증권사 CP는 최상위인 A1등급조차 금리가 연 3%대를 유지하고 있다”며 “결국 증권사 CP 매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단기자금시장이 안정화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진성/김익환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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