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회사채 '시한폭탄' 어쩌나…커지는 '연준 개입론'

'정크본드 자금경색' 도미노 충격 우려…투자등급 회사채도 '불안'
'코로나19 충격' 업계도 앞다퉈 연방정부에 'SOS'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회사채 시장에도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준이 '기업어음(CP) 매입'을 통해 민간기업에도 유동성 지원에 나섰지만, 미국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부상한 회사채 시장을 안정시키지 않고서는 근본적으로 금융불안이 잦아들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유지된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은,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도 손쉽게 대출을 늘리는 여건을 마련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예상 밖 충격이 닥치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시장이 무너지고 연쇄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마켓워치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 회사채 시장은 약 9조 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레버리지 대출 등을 기반으로 발행된 정크등급 시장이 1조2천억 달러 규모다.

2015년 초와 비교하면 4천억 달러가 불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투기등급 회사채부터 직접적인 자금경색에 놓일 수 있다.

여기에 신용등급이 높은 투자등급 회사채마저 등급이 하향조정되면서 기업의 자금조달 시장 전반이 무너지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특히 투자등급 중에서 가장 낮은 'BBB'급 회사채 시장이 가장 빠르게 위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항공사 보잉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한단계 강등한 상태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편입종목인 보잉이 정크본드의 문턱까지 내몰린 셈이다.

이런 악순환은 연금과 보험사, 헤지펀드, 뮤추얼펀드들의 환매 압박을 키우면서 금융시장 혼란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결국 연준이 회사채 시장에도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연준은 가계와 기업 등 민간기업에 직접 유동성을 제공할 수 없다.

다만 '예외적이고 긴급한 상황'에서 일정 범위 내에서 가능하다.

지난 17일 CP 매입기구(Commercial Paper Funding Facility·CPFF)를 통해 CP 시장에 유동성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재무부 사전승인을 거친 비상조치다.

투자등급의 회사채 시장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이 적용될 수 있다.

재닛 옐런과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18일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공동 기고문을 통해 "연준의 개입은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는 회사채 시장을 일부 재가동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회사채 매입'을 주문했다.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CP 시장에는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회사채 시장에는 개입하지 않았다.

즉, 금융위기 차원을 뛰어넘는 대책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옐런과 버냉키는 "금융위기 시기의 프로그램을 재가동하는 것은 첫 발걸음"이라며 "회사채를 사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최근 보고서에서 연준의 회사채 매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다만 회사채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은, 연방 차원에서 경영난에 빠진 민간기업을 직접 구제한다는 의미여서 '모럴해저드 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연방정부가 파산 위기에 직면한 민간기업을 아예 인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항공, 호텔, 크루즈, 자동차, 셰일 업계를 중심으로 경영난에 빠진 기업들이 적지 않다.

업종별로 적게는 수백억 달러에서 많게는 1천억달러를 웃도는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잉 역시 정부에 600억 달러의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고 경제전문매체 포천은 전했다.

시장에서는 정부 지원 없이는 보잉이 파산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민간기업 위기를 돕는 차원에서 정부가 지분 인수에 나설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실제로 그렇다"라고 답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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