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질 종목 빌려서 팔고 주가 하락때 사들여 이익…급락장 '주범' 지적도

한 걸음 더 - 공매도가 뭐길래
마이클이 대형 투자은행들을 찾은 날 저녁, 월가에서는 파티가 벌어진다. 아무도 망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존재하지도 않던 신용부도스와프(CDS)를 마이클이 프리미엄을 줘가며 무려 13억달러(약 1조6700억원)어치 사갔기 때문이다. 월가에서는 주택시장 하락에 ‘쇼트’한 마이클을 이해하지 못했다. 주택시장이 여전히 상승세고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반면 마이클은 주택시장이 하락할 걸 예상해 하락에 따른 이득을 취하고자 베팅했다.

이 ‘쇼트’를 주식시장으로 가져오면 바로 공매도다. 공매도란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팔고,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사들여 이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이다. 말 그대로 ‘없는 걸 판다’는 뜻이다. 본래 공매도는 매수 포지션에서 발생하는 가격 하락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한 헤지(위험회피) 수단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동시에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에선 공매도 기법이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았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공매도 금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16일부터 6개월간 전체 상장 종목에 대한 공매도가 전격 금지됐다. 국내 주식시장을 비롯해 세계 증시가 본격적으로 하락장에 접어들자 공매도 세력이 기승을 부려 증시 낙폭을 더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금융위 판단이다. 국내에서 주식 공매도가 금지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에 이어 세 번째다.

지난해 영화의 주인공이자 실존 인물인 마이클 버리 박사는 상장지수펀드(ETF)나 인덱스펀드 등의 ‘패시브’ 펀드로 몰리는 양상이 2008년 금융위기 이전의 부동산 거품과 다를 게 없다고 주장했다. 마이클의 주장은 2005년 주택시장 하락에 ‘쇼트’했을 때처럼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인덱스펀드 내 기업채권이 대량 회수되며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마이클은 이 상품들을 강하게 공매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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