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상경제회의 출범…대통령은 경제전문가에 힘 실어줘야

靑 '코로나 쇼크' 극복 리더십 발휘할 지 주목
"과감한 대책"이 포퓰리즘으로 치달아선 곤란
피해 산업·취약계층에 대한 신속지원이 중요
‘미증유의 비상경제시국’ 돌파를 진두지휘할 비상경제회의가 오늘 출범한다. ‘코로나19’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최고위 의사결정기구가 발족된 것이다. 경제부처 장관들, 청와대 경제 참모진, 금융권 수장들과 재계·노동계·학계도 포괄하는 명실상부한 경제 컨트롤타워의 모양새를 갖췄다.

국내외 산업이 동반 추락 중이고, 금융시장 발작이 빈번해진 초유의 위기에 대통령이 앞장서는 것은 긍정적이다. 언제 끝날지 모를 바이러스 공습으로 ‘시계 제로’인 데다 원유 전쟁까지 가세한 복합위기를 극복하자면 강력한 리더십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우수한 전문가들을 불러모아도 대통령의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이 잘못된다면 올바른 해결책이 나올 수 없다는 점도 분명하다.그런 점에서 대통령이 “무슨 수단이든 총동원해야 한다”며 전례 없는 대책을 유난히 강조하고 나선 점은 경계 대상이다. 이것 저것 계제를 따지지 말고 과감하고 충분한 대책을 내라는 거듭된 주문이 무리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가뜩이나 과격한 이념을 앞세워 경제문제에 접근한다는 비판을 많이 받는 정부라는 점에서 ‘전례없는 포퓰리즘’으로 치달을 것이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여권과 좌파진영의 최근 행보도 걱정스럽다. 집권당은 11조7000억원의 코로나 추경이 통과된 지 불과 하루 만에 2차 추경편성을 하자고 덤비고 있다. 지자체가 ‘재난 기본소득’을 먼저 지급하면 추경에서 보전해주겠다는 말도 꺼냈다. 또 민노총 위원장은 대통령 앞에서 과감한 재정확대, 사회보험료 인상 및 복지 증세를 요구하고 나섰다. 경제위기를 빌미로 논란이 많은 정책들을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현금 살포’식의 정책은 효과는 불확실한 반면 부작용은 분명한 만큼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지역상품권 등 기본소득 지급은 ‘잃어버린 30년’에 시달리는 일본이 여러차례 시행했지만 소비진작 효과가 미미했다. 설사 미국과 일본에서 실행한다고 하더라도 비기축 통화국인 우리로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2차 추경도 마찬가지다. 총 32조원 규모의 소비진작조치와 1차 추경의 집행 효과를 봐가면서 순차적으로 논의하는 게 올바른 순서다. 피치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빠른 국가채무비율 증가를 경고하고 있는 점을 외면하는 것은 더 큰 위기를 부를 수 있다.

금융과 실물 양쪽에서 실타래처럼 얽힌 복합위기인 만큼 해법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미국 유럽 한국에서 일제히 ‘금리 빅컷’이 있었지만 약발은커녕 주가 폭락으로 이어진 것도 단순 돈풀기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럴 때일수록 원칙 대응이 더 중요해진다. 정치적으로 인기있는 재정 퍼붓기식 현금살포에 매달리기보다, 최저임금제·주52시간 근무제 등 기업의 애로를 해소하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 오늘 처음 열리는 비상경제회의에서 대통령이 경제전문가들의 목소리를 허심탄회하게 경청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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