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도 코로나19 안 사라진다"…싱가포르, 말레이시아도 증가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다. 날씨가 더운 지방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말레이시아 보건당국은 지난 15일 하루 동안 190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대부분 지난달 28일∼3월 1일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스리 페탈링 이슬람사원에서 열린 종교 집회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 행사가 코로나19 확산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전날 발생한 확진자(41명) 대부분도 이 종교 집회 관련자였다. 이날까지 말레이시아의 전체 확진자 수는 428명으로 불어났다.말레이시아 보건부는 "이 종교 집회에 1만6000명이 참석했고, 이 가운데 1만2500명이 말레이시아인"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보건부는 250명 이상 모이는 행사를 하지 말라고 했고, 가톨릭 성당은 주말 예배와 주중 모임을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3일부터는 한국·이탈리아·이란 등 3개국 국적자와 이들 국가에서 말레이시아를 방문하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과 경유도 금지했다.

싱가포르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 늘고 있다. 이날까지 21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싱가포르 보건부는 전날 9명의 해외 감염자를 포함해 1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 중 44세 남성은 말레이시아 종교 집회에 참석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써 싱가포르에서 이 종교 집회와 연관된 감염자는 5명으로 늘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현직 장관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현지 언론 자카르타글로브는 당국 발표를 인용해 부디 카르야 수마디 교통부 장관이 전날 코로나19 확진자로 판정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부디 장관은 인도네시아의 확진자 가운데 가장 고위급 공무원"이라고 설명했다.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도 코로나19 검사를 받기로 했다. 그는 지난 11일 부디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내각 회의를 열었다. 조코위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재택근무를 하고 대중 집회는 피하라"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거리 두기"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달 2일 첫 확진자 두 명이 발표된 뒤 감염자 수가 117명까지 늘었다.

동남아시아와 가까운 인도에서는 상대적으로 확진자가 적어 주목받고 있다. 인도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이날까지 107명 수준이다. 외국인 입국을 공격적으로 차단하는 등 방역 조치 덕분에 통제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숨은 확진자'가 어느 순간 봇물 터지듯 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최근 20도 중후반까지 오른 인도의 높은 기온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온도에 영향을 받는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고온다습한 싱가포르나 태국, 현재 여름철인 남반구 호주 등에서도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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