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저물가 탈출했지만…또 '우한 복병'

1월 소비자물가 1.5% 상승

13개월 만에 1%대로 회복
석유류·농산물값 오른 영향

'신종 코로나' 영향 소비 급랭
내달 반영땐 '저물가 늪' 빠질수도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3개월 만에 1%대를 회복했다. 지난해 연간 물가상승률이 사상 최저인 0.4%를 기록하며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속 경기 침체) 우려까지 제기됐던 상황에서 일단 벗어났다는 평가다.

하지만 지난달 물가 동향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다. 우한 폐렴 여파에 따른 소비 위축 영향이 이달 물가 동향부터 반영되면 다시 ‘저물가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물가 회복됐지만…

통계청이 4일 발표한 ‘2020년 1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5%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를 넘어선 것은 2018년 12월(1.3%) 후 13개월 만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8월 -0.04%, 9월 -0.4%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작년 10월 보합(0.0%)을 기록한 데 이어 11월 0.2%, 12월 0.7%로 상승세를 보였다.소비자물가가 1%대 상승률을 회복한 배경으로는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품목 성질별로 보면 농·축·수산물이 1년 전보다 2.5% 상승했다. 농산물 가운데서도 채소류 가격이 전년보다 15.8% 급등해 2017년 8월(22.9%) 이후 가장 크게 올랐다. 축산물도 설 연휴를 맞아 소고기 가격이 오르면서 3.4% 상승했고, 수산물은 6.0% 올랐다.

공업 제품이 2.3% 오른 가운데 이 중 석유류가 12.4% 상승해 전체 물가를 0.49%포인트 끌어올렸다. 석유류는 2018년 7월(12.5%) 후 가장 많이 올랐다.

경제성장률도 하향 조정통계청은 우한 폐렴 영향이 지난달 20일 이후 본격화했기 때문에 올해 1월 물가 동향에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이 다음달 3일 내놓을 ‘2월 소비자물가 동향’부터 우한 폐렴 영향이 반영된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우한 폐렴의 전개 상황에 대해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며 “(2003년) 사스 때는 물가에 두드러진 영향이 관측되지 않았고 (2015년) 메르스 때는 전체 물가보다 레포츠·놀이시설 이용료 등 일부 품목에 영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2015년 7월과 8월 놀이시설 이용료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7%, 2.0% 감소했다. 같은 해 5월과 6월 레포츠 이용료도 각각 4.5%, 6.2% 하락했다. 그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7%에 그쳐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0.8%) 이후 최저였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한 폐렴이 수요를 위축시키며 물가를 다시 떨어뜨릴 수 있다”며 “회복되던 소비에 악영향을 미쳐 물가 상승률이 1% 밑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국내외 연구기관은 우한 폐렴이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낮추고 있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이날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0%로 하향했다. 이 기관은 “우한 폐렴으로 중국의 수요 위축이 계속되면 한국의 수출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우한 폐렴 영향으로 올해 성장률이 0.1~0.2%포인트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도 우한 폐렴이 가져올 경제적 파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이번 사태가 조기 종식되지 못하면 국내외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가시화될 우려가 크다”며 “관광객 감소, 내수 위축, 수출 감소 등 세 가지 속보 지표를 마련해 일일 점검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는 모든 분야를 망라한 부처별 대응반도 구성해 점검하고 있다”고 했다.

이태훈/성수영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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