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이스타에 CB 발행한 까닭

"이스타, 항공업 완전 포기 아냐
주주 역할 일정 부분 남겨둔 거래"
애경그룹 계열사인 제주항공이 지난 18일 경쟁 저비용항공사(LCC)인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로 계약하면서 이스타홀딩스를 대상으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하기로 해 관련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내년 4월 6일 100억원어치 CB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지난주 공시했다. CB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쪽은 제주항공, CB 매입 주체는 이스타항공 모회사 이스타홀딩스다. 내년 4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주당 2만5520원에 주식으로 전환해 제주항공 1.46% 지분을 가질 수 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 등으로부터 이스타항공 지분 51.2%를 이달 말까지 695억원에 인수할 예정이다.회사를 파는 쪽으로부터 인수자금 일부를 낮은 값에 빌려 쓰는 듯한 모양새지만, 제주항공에 따르면 이런 거래구조가 나온 것은 이스타홀딩스 측이 원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현금만 3000억원이 있는데 100억원이 없어서 매각 측 자금을 빌렸을 리는 없지 않겠느냐”며 “이스타홀딩스가 항공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 않고, 향후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주주로서 일정한 역할을 하기를 원해서 만들어진 구조”라고 밝혔다.

이스타홀딩스는 이와 별개로 18일 제주항공에서 받은 이행보증금 115억원 중 100억원을 이날 이스타항공이 발행한 CB를 인수하는 데 썼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계약이 아직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스타항공의 재무사정 악화를 막는 효과를 보고, 이스타홀딩스가 향후 해당 CB를 이스타항공 주식(지분율 17%)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길도 열어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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