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판 된 국회…'199번 토론' vs '쪼개기 임시국회' 책략만 난무

수 싸움 들어간 여야

與, 한국당 뺀 4당과 공조 강화
한국당 '배수의 진' 쳤지만…
자유한국당의 ‘무더기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신청’으로 국회는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져들었다. 여야는 겉으로는 국회 파행의 책임을 두고 ‘남 탓 공방’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치밀한 수 싸움에 들어갔다. 예산안과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 기한이 임박하면서 진퇴양난에 빠진 여야가 극적 합의를 이룰 것이란 전망도 없지 않다.
< 쌓여있는 예산안 서류 >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선언으로 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진 가운데 1일 국회 본청 의안과 앞 복도에 내년도 예산 기금안의 국회 제출 서류가 쌓여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4+1’ 공조 전열 정비하는 민주당한국당에 허를 찔린 더불어민주당은 야 4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과의 공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일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회의 이후 “한국당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4+1 공조를 원칙으로 정기국회 내 예산안과 민생법안,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강행하더라도 정기 국회 종료 이후 필리버스터 법안은 자동 표결에 들어간다. 이를 대비해 의결정족수(148명)를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민주당 소속 의원 129명을 포함 야 4당을 합치면 약 160명으로, 가결 정족수를 넘어선다.

다만 필리버스터 종료는 재적 의원 5분의 3(177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해 다른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3개월 전부터 이런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어떻게 헤쳐나갈지 모색해 왔다”며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무력화 카드가 있음을 시사했다.

오는 10일 정기국회가 끝나더라도 매일 임시회를 여는 방법도 있다. 임시회 요구(재적 의원 74명 이상)는 민주당 단독으로 가능하다. 단 문희상 국회의장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국회법 5조에 따르면 임시회는 의장이 3일 전에 공고해야 하지만, 국가비상사태 등을 이유로 1일 전 의장 직권으로 공고할 수 있다. 이 경우 패스트트랙 법안인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 검찰개혁법안을 우선 상정해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이후 바로 표결 처리에 들어갈 여지가 생긴다. 물론 이때도 패스트트랙 법안 우선 상정을 위한 문 의장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 야 4당을 모두 만족시킬 만한 선거법 개정안을 도출해야 하는 게 변수다.
한국당 “필리버스터 철회 없다” 강공

한국당 역시 ‘배수진’을 쳤지만 상황은 복잡하다. 지난달 29일 본회의에 오를 예정인 199건의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지만 여론이 좋지 않다. 한국당이 이날 실제로는 5개 법안만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여당이 안건 순서를 변경해 (신청되지 않은 법안들을) 통과시키고 (필리버스터 전에) 국회 문을 닫아버릴 수 있어 부득이하게 그렇게 한 것”이라며 “5개 안건만 필리버스터를 보장하면 나머지 민생법안은 다 처리하겠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5개 안건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한국당은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한 민식이법 등 뒤늦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4개 법안은 당장이라도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 있다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민식이법은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법사위 통과가 늦어지면서 필리버스터 신청 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민주당이 야 4당과 공조해 패스트트랙 법안 표결을 강행한다면 한국당으로선 ‘묘수’가 없다는 게 한계다. 한 한국당 의원은 “지금이라도 협상에 나서 중재안을 받아야 한다는 당내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냉각 정국 내년까지 이어질까

일각에선 내년까지 ‘냉각 정국’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을 막고 필리버스터를 장기간 이어가면서 선거법 개정안 등의 통과를 내년 초까지 미루는 데 성공할 경우다. 예산안 처리 기한(2일)을 넘긴 데다 선거법 개정안 처리 기한(17일)도 얼마 남지 않아 여야 모두에 불리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여야가 합의를 계속 미룰 수 없다는 예상도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결국 여론이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향방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조미현/고은이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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