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건전화법 발의했던 기재부…정권 바뀌자 "필요 없다"

3년 전 朴정부때 법안 내놨지만
文정부 출범하면서 사실상 폐기
정권 입맛 맞춰 '말 바꾸기' 논란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 시절인 2016년 10월 기획재정부 주도로 국가채무를 국내총생산(GDP)의 45% 이내로 유지하는 내용의 재정건전화법을 발의했다. 둔화하는 경제 성장세와 인구 감소세를 감안해 정부 지출을 엄격히 관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당시 정부는 국회에 제출한 입법 제안서에서 “미래 경제성장률 둔화와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 감소 추세 등 재정 환경의 질적 변화에 대응하고 재정의 중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법에 관리재정수지의 적자 폭을 GDP의 3% 이내로 억제하는 내용도 담았다. 유럽연합(EU)이 국가채무를 GDP 대비 60% 이내로, 재정적자 폭은 3% 이내로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는 점을 참고했다.

그해 12월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의 송영길 의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재정건전화법을 발의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가채무비율은 내년 40.5%를 기록해 처음으로 재정건전성의 마지노선으로 삼았던 40% 선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부와 송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국회에 제출된 이듬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사실상 폐기됐다. 확대재정정책을 펴는 정권 입맛에 맞춰 기재부와 민주당도 “법안을 추진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태도를 180도 바꿨다. 기재부는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보낸 서면 질의 답변서에서 “재정 운용의 경직성을 초래해 경기 대응을 제한할 우려가 있는 엄격한 재정 준칙의 법제화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재정건전화법 도입 필요성을 부인했다. 기재부는 “2016년 재정건전화법 발의 이후 세계 경기 둔화 및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로 법 도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홍 의원은 “기재부가 정권 눈치를 보느라 재정건전성을 등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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