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증권거래소 “홍콩거래소 인수 제안 강력히 거부”

런던증권거래소(LSE)가 홍콩증권거래소(HKEX)의 320억 파운드(약 47조2000억원) 인수 제안을 공식 거부했다. 최근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일명 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장기화되는 등 홍콩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런던거래소는 13일(현지시간) 공식 성명을 통해 “홍콩거래소의 인수 제안은 실현 가능성과 가치 등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가 들게 한다”며 “이사회는 홍콩거래소의 제안을 만장일치로 거부한다”고 밝혔다. 앞서 찰스 리 홍콩거래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1일 아시아와 유럽을 아우르는 글로벌 금융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며 런던거래소 인수를 공식 제안했다.홍콩거래소는 2000년 지주회사 전환과 기업공개(IPO)를 완료한 뒤 지주회사 아래 독립기구로 투자사를 두고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추진해왔다. 2012년에는 런던 금속거래소(LME)를 14억파운드(약 2조6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런던거래소는 “홍콩거래소의 특이한 이사회 구조와 홍콩 정부와의 관계가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인수 제안이 확정적이라는 홍콩거래소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수합병 계획이 전 세계 감독기관의 승인을 얻는 데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홍콩거래소가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에 대한 전략적 관문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홍콩의 현 상황이 이런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 런던거래소의 지적이다.

런던거래소는 금융데이터 제공업체 리피니티브 인수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런던거래소는 지난달 초 부채를 포함해 270억달러(약 32조2500억원)에 리피니티브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홍콩거래소는 런던거래소에 리피니티브와의 인수 계약을 철회하는 조건으로 이번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