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일본 수출규제 영향, 아직 제한적이지만…" 우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일본의 수출규제 영향이 악화될 경우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계 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국은행은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현안보고 자료에서 "대외 여건 악화로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진 상황"이라며 "일본의 수출규제가 단기적으로는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장기화된다면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한은은 "앞으로 상황이 악화해 소재·부품 조달에 애로가 발생할 경우 관세 인상과 같은 가격규제보다도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여파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계 등이다. 핵심 소재나 부품을 일본에 많이 의존하는 산업의 경우 생산 및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

구체적으로는 반도체 소재, 특수목적용 기계, 정밀화학제품 등이 일본 수출규제의 영향이 클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한은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제조용 기계의 일본 수입 비중은 82.8%에 달했다. 수치제어식 수평선반 63.5%, 산업용 로봇 58.6%, 머시닝 센터 47.8% 등도 비중이 컸다.

한은은 "수출규제가 장기화할 경우 미래 신산업인 비메모리 반도체, 친환경 자동차 등의 발전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달 일본이 한국으로 수출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에 대해 개별허가 의무화를 실시한 이후 일부 품목의 수입감소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본으로부터 수입한 에칭가스 물량은 6월 3000톤에서 7월 500톤으로 급감했다. 수입금액 기준으로도 같은 기간 530만달러에서 100만달러로 줄었다. 한은은 일본의 수출규제 외에 미중 무역분쟁 심화, 브렉시트,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 고조, 홍콩 시위, 이탈리아 연정 붕괴 등이 우리 수출을 더욱 부진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중 갈등 과정에서 중국의 수입수요가 더욱 둔화하면서 우리나라의 대(對) 중국 수출 감소폭이 확대할 수 있고, 나아가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글로벌 교역 및 투자 위축은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영국이 합의 없는 유럽연합(EU) 탈퇴(노딜 브렉시트)는 글로벌 금융시장을 불안정하게 하면서 우리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영국으로의 수출 비중(1.1%)을 고려할 때 우리 수출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반도체 경기와 관련해서는 미중 무역갈등과 메모리 수요처의 구매 지연이 단기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반도체 경기 부진이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우리 반도체 수출도 올해 말까지는 감소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한은은 내다봤다.

일본의 수출규제 발표 이후 D램의 기업간 대규모 거래가격(고정가격)은 하락세를 지속했지만, 현물가격(소매가격)은 생산 및 공급 감소에 대한 우려를 반영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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