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경제보복 초당적으로 대응하자"…황교안 "한·일 정상 톱다운 해결을"

3시간 격론…접점 안나오자 합의문 대신 발표문으로

사안마다 의견 분분
황교안 "한·일 정상회담 추진해야"
문 대통령 "특사 파견·고위급 회담은
협상끝 해결 방안으로 논의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당 대표 초청 대화’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왼쪽 세 번째)와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황 대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 대통령,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들은 18일 청와대 회동에서 일본의 경제 보복과 관련한 해법 마련을 두고 격론을 벌였다. 큰 틀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가 부당한 보복 조치이고, 이에 초당적으로 협력한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했지만 각론에서는 이견이 속출했다.

3시간가량 진행된 회동 내내 쉽게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이날 내놓은 공동 발표문에는 범(汎)국가적 차원의 비상협력기구를 설치한다는 정도의 내용만 해법으로 제시됐다.문 대통령·황교안, 첫 공식 회동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들은 이날 오후 4시에 만나 오후 7시까지 일본의 경제 보복과 관련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당에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외에 손학규 바른미래당, 정동영 민주평화당,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참석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상조 정책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등이 청와대 인왕실에서 여야 대표를 맞았다. 이날 회동은 한국당이 지난 15일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청와대 회담을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문 대통령과 황 대표가 국정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꼭 필요한 일에 대해 초당적으로 합의하고 공동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께서 든든해할 것”이라며 “한·일 간 갈등을 조기에 해소하고 양국 간 우호·협력 관계를 회복할 방안을 논의했으면 한다”고 했다.황 대표는 “위기 극복을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할 생각”이라면서도 “정부가 별다른 대책 없이 말로만 국민 감정에 호소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조속히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해 양국 정상이 마주 앉아야 한다”고 건의했다. 또 “대일 특사 파견을 서둘러야 한다”며 “사태를 원만히 풀기 위해선 대미 고위급 특사 파견 등 적극적 조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국회가 모두 참여하는 민·관·정 협의위원회 설치도 제안했다. 다른 야당 대표들도 대일 특사 파견에 동의했다. 손 대표는 “일본에 전문성과 권위 있는 특사를 보내 현안 해결에 물꼬를 터 달라”며 적임자로 이낙연 국무총리를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특사나 고위급 회담 등이 해법이 된다면 언제든 가능하다”면서도 “하지만 무조건 보낸다고 되는 건 아니다. 협상 끝에 해결 방법으로 논해져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이 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황 대표가 톱다운 방식으로 정상회담을 하자고 했지만 문 대통령이 현재는 그럴 단계가 아니라는 뉘앙스로 말했다”고 전했다.

강제징용 보상 방안 놓고도 설전문 대통령과 이 대표 측이 제시한 소재·부품·장비산업 지원에 대해서는 황 대표가 “추가경정예산과 연관돼 있다”며 반대했다. 이 때문에 작년 3월 회동 때와 달리 이번 회동 후에는 합의문이 아니라 공동발표문이 나왔다. 이 대표는 “서로 이견이 있는 것들은 앞으로도 논의해 나가자는 취지에서 이견 없는 것들만 넣은 발표문을 내놨다”며 “합의문 대신 선언문으로 발표하려고 했지만 선언문은 너무 무거운 표현이라는 지적이 있어 발표문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동에서는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방안을 놓고 문 대통령과 황·손 대표 간에 팽팽한 토론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는 먼저 한국 정부가 기금을 만들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고, 이후 일본 측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이번 사태의 해법으로 제안했다고 손 대표 측 장진영 비서실장이 밝혔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동의의 뜻을 밝혔다고 장 비서실장이 전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강제징용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며 ‘위안부 사례를 보니까 그게 어렵더라’는 취지의 반론을 제기했다고 장 비서실장은 말했다.홍익표 민주당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2015년 한·일 양국이 체결한) 위안부 합의와 같이 잘못된 합의를 하면 안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잘못된 합의의 전제는 두 가지인데 피해자들의 수용 여부와 국민적 동의 여부”라며 “그런 것이 전제되지 않은 외교적 협상의 결과는 하지 않으니만 못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정부에서 노력했지만 결국 합의 결과가 부정당했고, 피해자와 국민이 거부했다”며 “그 결과 합의를 하지 아니함만 못한 결과가 발생해 그런 방식으로 해서는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하헌형/박재원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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