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투톱' 홍남기·김상조, 주요 그룹 총수 회동 마쳐…끝까지 함구한 이유

靑 "정부-기업 간 긴밀한 소통 이어가기로"
청와대-기업, 참석 대상 및 대화 주제 일체 함구
"日 정부 2차 수출규제 조치 앞두고 '전략적' 대응하자" 추측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7일 서울 모처에서 주요 기업 총수들과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관련 긴급 간담회를 마쳤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세지에서 "대외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향후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고만 짧게 밝혔다. 간담회의 시간, 장소, 참석 대상, 대화 주제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했다.이날 간담회는 당초 국내 5대 그룹 총수가 참석하는 것으로 일정을 조율했으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모두 일본 출장을 이유로 불참 의사를 전달하면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만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일정과 관련해 말씀 드릴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이다. LG 관계자도 "구 회장의 이날 간담회 참석 여부 및 장소 등에 대해 공개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가 애초 홍 부총리와 김 정책실장 및 주요 그룹들의 총수 간 만남 추진을 공개했다가 이날 오전부터 관련 내용을 모두 비공개로하기로 한 것은 일본 정부의 2차 수출 규제 조치를 앞두고 자칫 긁어부스럼을 만들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일본 정부는 전략 물자의 수출절차를 간소화해주는 '화이트(백색)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한 뒤 반도체 소재 이외에도 농수산물 등에 대한 수출 규제를 추가하는 방식의 '보복조치 2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관세 인상, 송금 규제, 한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을 엄격히 하는 방안 등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부총리·정책실장과 주요 기업 총수들 간 만남의 대화 내용이 공개된다면 향후 대응 방안을 결정하는 데 불리할 수도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달 30일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를 발표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구매담당 임직원을 일본과 대만에 급파했다. 이들을 통해 수출규제 전까지 최대한 물량을 구하려 했지만 추가 확보한 물량이 1주일치 정도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이재용 부회장도 소재 관련 기업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금융권 고위 임원들을 접촉하기 위해 이날 일본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이 부회장과 주요 그룹 총수들은 지난 4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도 만나 글로벌 IT업계 현안 및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과 관련한 대화를 상당부분 나눴다.

손 회장은 이 부회장과 간담회를 마친 뒤 '일본 규제와 관련한 조언을 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우리는 그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손 회장이 일본 재계 인사들과 인맥이 넓은 만큼 이에 대한 조언을 하지 않았겠느냐"고 추측했다.한편 문재인 대통령도 오는 10일 청와대에서 30대 그룹 총수들과 간담회를 갖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간담회의 대화 주제도 일본 수출 규제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고충을 듣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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