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美 국무장관 "北核 실무협상 이달 중순 시작"

다시 마주 앉는 美·北
실무협상 이달 중순 시작
< 기내 기자회견하는 폼페이오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은 지난달 30일 서울에서 미국으로 복귀하는 비행기 안에서 취재진에게 “미·북 실무협상이 2~3주 후인 7월 중순께 열릴 것으로 보이며 장소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사진)이 “북한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이 7월 중순께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6·30 판문점 회담’에 미국 측 인사로는 유일하게 배석했다. 그는 또 “김 위원장이 매우 중요한 것을 진짜 해결하기를 원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북한 매체들도 1일 미·북 판문점 회담을 즉각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양 정상은)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와 조·미(북·미) 관계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나가기 위한 생산적인 대화를 재개하고 적극 추진해나가기로 합의했다”며 “회담 결과에 커다란 만족을 표시했다”고 전했다.미·북이 협상 재개를 공식화하면서 양측의 대화 채널이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 오산 미군기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의 카운터파트로 (북한) 외무성을 상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귀국) 차량에 탑승하기 전에 통역을 제외한 사람들을 다 물리고 문재인 대통령과 귓속말을 했다”며 “중요한 내용이 그 대화 속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북 정상은 최근 ‘친서 외교’를 통해 ‘흥미로운 내용’을 교환한 바 있다.

北 완전 비핵화 돌파구 열릴까…폼페이오 "1년前보다는 진전돼 있다"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30일 “오늘이 싱가포르 합의 이행의 시작”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판문점 회담을 통해 실무협상 재개를 발표한 직후 나온 발언이다. 전문가들은 미·북의 ‘협상 테이블’이 좀 더 커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미·북 정상이 합의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핵심은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동시 이행이다.

협상 테이블을 다시 차리긴 했는데…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향후 미·북 ‘핵담판’의 핵심 의제가 무엇일지 가늠해볼 수 있어서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에 나왔던 안(案)이 아니라 1년 전의 싱가포르 합의로 되돌아간다는 표현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하노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핵시설을 포함해 5개 핵시설에 대한 신고 및 폐기를 요구했다. 당시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내 모든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신고 및 동결조치 없이 대북제재를 해제하면 미국이 북한의 핵무력 확장을 도와주는 꼴이 된다고 우려했다. ‘선(先)비핵화, 후(後)제재 해제’라는 ‘빅딜론’이 이때 나왔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하노이 회담에서의 의제와 비교하면 좀 더 상위 개념이다. 당시 미·북 정상은 완전한 비핵화, 평화체제 보장, 미·북 관계 정상화 추진, 6·25전쟁 전사자 유해 송환 등 4개 항에 합의했다. 미·북 ‘핵담판’을 위한 골격이라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합의된 4개 항을 ‘네 개의 기둥’으로 불렀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날 발언에 대해 미·북이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려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배경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하노이 회담에서) 우리는 진전을 이뤘다”며 “논의를 위한 출발점을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
만만찮은 의제 조율

‘싱가포르 성명’으로의 회귀와 관련해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유연한 접근’이란 표현을 써가며 여러 차례 강조했다. 지난달 28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대화 직후 비건 대표는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공약을 동시적, 병행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북측과 건설적인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6월 20일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도 같은 내용을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전날 한·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싱가포르 합의를 동시에 이행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정한범 국방대 교수는 “싱가포르 합의의 동시·병행 이행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맞바꾸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며 “북한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은 김정은이 미국과의 협상판을 키움으로써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이후 북한의 전략이 장기전으로 선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북·중 관계에 밝은 한 소식통은 “북한은 하노이 회담 전후로 치명적인 실수 두 가지를 저질렀다”며 “미국과의 담판에 앞서 ‘영변핵시설 폐기’라는 협상카드를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먼저 내놓은 게 첫 번째고, 회담 막판에 대북 경제제재 해제에 매달린 것이 두 번째”라고 설명했다. 조급함에서 나온 실수라는 얘기다. 북·중 평양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은 이 문제를 해소했다. 양측 정상은 공동 발표문에서 “북·중 로드맵대로 한 걸음씩 결실을 보자”고 했다.폼페이오 장관이 예고한 대로 7월 중순께 미·북 실무협상이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의견 조율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위한 로드맵 작성을 요구하면 북한은 한반도 핵우산 철수 등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로드맵 작성으로 ‘맞불’을 놓을 가능성이 크다. 폼페이오 장관은 비핵화에 관한 공통의 합의에 도달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다”며 “어떤 길로 가게 될지 알지 못하지만 1년 전에 있던 지점보다는 진전돼 있다”고 말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북이 포괄적인 합의에 이른다고 해도 이행 과정에선 누가 먼저 행동하느냐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협상 장기화는 결과적으로 북한 핵무력의 고착화를 인정하는 것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박동휘/박재원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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