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총리 0순위 존슨, 이번엔 美극우 정객 배넌의 '코치'에 곤욕

여자친구 다툼과 함께 총리 경선 악재로 등장

영국의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고 있는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미국의 극우 정객 스티브 배넌으로부터 정책 조언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지도자로서 자질과 판단력에 논란이 일고 있다.존슨 전 장관은 테리사 메이 총리의 후임을 결정하는 집권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으나 연하의 여자친구와의 다툼에 이어 '배넌의 코치'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총리 가도에 두 가지 장애를 맞게 됐다고 영국 언론들이 23일 보도했다.

배넌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극우 정책 보좌관으로 경제적 민족주의 신봉자로 트럼프 집권 초기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지냈다.
그는 언론이 공개한 동영상에서 존슨 전 장관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둘러싸고 외무장관을 사퇴한 후 밝힌 정책연설을 자문했다고 밝혔다.존슨 전 장관은 우세 속에 제러미 헌트 현 외무장관과 당 대표 및 후임 총리를 놓고 다투고 있으나 헌트 장관 측은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여자친구 사건과 배넌 자문을 계기로 '성품'(character) 문제를 양자 대결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헌트 장관은 특히 존슨 전 장관이 오는 10월 31일 시한까지 EU와 합의를 할 것인지, 아니면 합의 없이(노딜) 브렉시트를 단행할 것인지 가장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보수당 의원들이 그의 총리 선출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존슨 전 장관이 경찰까지 출동한 여자친구와의 다툼에 대해 일반에 당당하게 해명하지 못하는 '겁쟁이'라고 이례적으로 인신공격을 퍼부었다.헌트 장관은 또 국민이 빠르게 실망할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보수당) 총리직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간 가디언의 일요판 옵서버지가 입수한 동영상에서 배넌은 존슨 전 장관이 지난해 메이 내각으로부터 탈퇴한 후 가진 첫 의회의 연설 텍스트에 대해 자신과 깊은 논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정권 인수 기간 존슨 전 장관을 알게 됐다면서 자신은 존슨 전 장관에게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주도했던 브렉시트 주장을 의회 연설에서 반복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존슨 전 장관은 당시 연설에서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방안이 영국을 '비참한 혼돈'에 빠트릴 것이라고 맹비난했었다.

존슨 전 장관은 이번 당 대표 경선에서 온건한 통합 지도자를 내세우고 있고 또 앞서 배넌과의 친교 설에 대해 '좌파의 망상'이라고 일축한 바 있어 배넌의 조언은 그에게 문제가 되고 있다고 언론들은 지적했다.

배넌의 주장에 대해 존슨 전 장관 측은 지난해 하원 연설을 전후해 두 사람이 메시지를 주고받은 적 있으나 향후 두 사람 간 만남에 관한 것이었다면서 이후 두 사람 간에 만남은 물론 아무런 접촉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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