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형 일자리' 밀어붙이는 정부…난감한 기업들

'제2의 상생형 일자리' 추진

정부, LG화학·삼성SDI 등에
배터리 공장 신설 요청했지만
기업들 "대규모 투자 쉽지 않다"
정부는 ‘제2의 상생형 일자리’ 모델을 경북 구미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구미지역 여론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SOS’(긴급구조신호)를 받은 대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를 쉽게 결정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구미시는 LG화학 삼성SDI 등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구미에 신규 공장을 지어달라고 요청했다. 향후 전기차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배터리업계의 지속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다음달까지는 제2의 상생형 일자리 모델을 발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구미시 관계자도 “지난달 배터리 업체들을 대상으로 구미에 투자해달라는 서면 공문을 보냈는데 답변을 받지는 못했다”며 “여러 채널에서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구미형 일자리’ 모델은 첨단산업 공장 위주의 투자촉진형이란 점에서 지난 1월 확정된 ‘광주형 일자리’와는 다르다.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시와 현대자동차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공장을 공동 설립하되 근로자 임금을 대폭 낮추는 게 특징이다. 구미형은 임금 삭감 없이 기업이 직접 투자하는 방안으로 추진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공장·산업 인프라 구축은 물론 산단 임대료 할인과 같은 보조금, 세제 혜택, 직장어린이집 설치, 산단 내 통근버스 지원 등에도 나설 방침이다.

다만 배터리 생산업체들은 선뜻 투자를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기차를 생산하는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생산 물량을 소화해준다는 확고한 약속이 없는 한 국내에 공장을 신설하는 건 ‘모험’이라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기업 관계자는 “해외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할 경우 고용 창출 효과를 감안해 부지 비용은 물론 공장 건설비까지 대주는 사례가 많다”며 “기업이 조 단위의 국내 투자를 결정했다가 물량을 다 소화할 수 없으면 모그룹까지 휘청일 수 있다”고 걱정했다.

조재길/김재후 기자 road@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