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안면인식 스피커'가 부른 사생활 침해 논란

안정락 특파원의 실리콘밸리 통신

얼굴 인식해 맞춤형 정보 제공
사용자 간 대화 해킹 우려
구글은 이달 초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연 자사 개발자대회 ‘I/O 2019’에서 안면인식 기술을 담은 인공지능(AI) 스피커 ‘네스트 허브 맥스’(사진)를 선보였다. 이 AI 스피커에 장착된 카메라는 사람의 얼굴을 각각 인식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최대 6명까지 이용할 수 있다. 얼굴만 보고도 나를 알아보는 AI 스피커 시대가 열린 것이다.

안면인식 기술은 미국 공항 및 대형 경기장 등에서 이미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아마존의 무인 마트 ‘아마존 고’는 안면인식을 활용한 자동결제 시스템을 갖췄다.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는 공연을 찾은 스토커를 식별하기 위해 안면인식 기술을 사용하기도 했다. 경찰의 범죄 수사, 실종자 찾기, 위조 신분증 식별 등에도 이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일각에서는 안면인식 기술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면인식의 오류 가능성과 사생활 침해 등 ‘빅브러더 사회’에 관한 우려다.

미국 LA타임스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사생활과 개인정보 보호를 강조하는 가운데 구글의 새 기기(네스트 허브 맥스)가 안면인식 논란을 가정으로까지 확산했다”고 보도했다.

구글 측은 AI 스피커에 얼굴을 입력하면 최초의 데이터는 클라우드에서 처리하지만 이후에는 기기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보안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인정보가 언제 어떻게 새어나갈지 모른다는 걱정이 적지 않다. AI 스피커 선두주자인 아마존의 직원들이 매일같이 세계 수천만 명의 사용자 대화를 분석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얘기다.안면인식 논란이 커지면서 이 기술을 금지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지난 1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의회는 경찰과 교통국 등 시 행정기관에서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할 수 없게 하는 조례를 8 대 1로 통과시켰다. 다만 공항·항만 등 연방정부 시설은 금지 대상에서 제외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이어 인근 도시인 오클랜드와 매사추세츠주 서머빌 등도 비슷한 조례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 연방의회에는 상업적 목적으로 동의 없이 데이터를 수집·공유하는 데 안면인식 기술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지난달 제출됐다.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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