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학의 12시간 넘게 조사…뇌물·성범죄 전면부인

윤중천 대질도 검토…구속영장 청구 가능성 주목
5년 6개월 만에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두한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이 12시간 넘게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뇌물수수·성범죄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9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의 소환 조사에서 전반적으로 혐의를 부인하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조사에 성칠히 임하겠다"는 한 마디를 남기고 조사실로 들어간 김 전 차관은 조사를 거부하지는 않지만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3년 검경 수사 때도 "윤중천과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들을 알지 못한다"고 혐의를 부인했다.지난 3월 25일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김 전 차관에 대한 수사를 권고하자 변호인을 통해 "뇌물수수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별장 동영상'에 대해선 "아는 바가 전혀 없다"며 "영상의 인물을 김 전 차관으로 단정한 점 등에 깊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출범 40일을 넘긴 수사단은 의혹의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 씨를 6차례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 의혹과 관련한 진술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가 김 전 차관에게 수차례 골프 접대를 하고, 명절 때마다 '떡값' 명목으로 수백만 원을 건넸으며 검사장 승진하는 데 도움을 준 의사에게 성의를 표시하라며 500만원을 줬다는 내용이다.

김 전 차관이 윤씨의 원주 별장에 걸린 그림이 좋다고 하기에 1천만원 상당의 그림을 줬다는 진술도 있었다고 한다.

모두 2007∼2008년께 있었던 일이다.뇌물 액수가 3천만원 이상일 경우 공소시효가 10년이기 때문에 시효가 지나 처벌이 어렵다.

이에 따라 윤씨 진술 가운데 2건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수사단은 최근 '김 전 차관이 2007년께 목동 재개발 사업을 도와주겠다며 집을 한 채 달라고 요구했다'는 윤씨 진술을 확보했다.

수사단은 윤씨와 성 접대에 동원된 여성 이모씨 사이에 보증금 분쟁에 김 전 차관이 관여했다는 진술도 확보하고 제3자뇌물죄가 성립하는지 법리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는 2007년 이씨에게 명품 판매점 보증금으로 준 1억원을 이듬해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이씨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가 취하했다.

윤씨는 최근 검찰에서 "김 전 차관이 (이씨에게 받을 돈) 1억원을 포기하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뇌물 액수가 1억 원을 넘으면 공소시효가 15년까지 늘어나 2008년 이전 범죄도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단순히 부동산을 달라고 요구한 점이나, 윤씨에게 1억원을 포기하도록 한 점으로 뇌물죄 성립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윤씨가 과거 검경 수사 때 여러 차례 진술을 번복했던 점을 고려하면 진위를 충분히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사단은 김 전 차관과 윤씨의 대질조사를 적극적으로 검토했으나 이날은 이뤄지지 않았다.

수사단이 김 전 차관의 신병 처리를 놓고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도 관심이 쏠린다.법조계에서는 김 전 차관의 진술 태도를 고려할 때, 결국 구속영장이 청구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