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美와 자긍심 담은 '킬러 콘텐츠' 키워야"

여행의 향기

칼럼 - 박동기 롯데월드 대표
작년 겨울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로 사회 분위기가 활기차던 어느 날, 에스토니아 대통령이 ‘서울스카이’ 전망대를 방문했다.

에스토니아 대통령은 자국의 정보기술(IT) 수준을 유럽의 최정상으로 올려놨을 뿐만 아니라 스키 마라톤 분야에서 개인적으로 높은 기록을 유지하고 있는 행동파 여성이다. 전망대 투어를 마치고 123층 스카이라운지 창가에서 대통령과 담소를 나누던 중 갑자기 대통령께서 말을 끊고, “잠깐 밖을 보세요. 지금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요”라고 하는 것 아닌가. 조금 머쓱해져 밖을 봤는데,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꿈같은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석양의 노을 속, 빌딩숲 너머로 오렌지색 하늘이 물들어 있고, S자로 흐르는 한강물은 석양 노을에 반짝이고 있었다. 서울이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우리는 그렇게 창문 너머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이때가 ‘대한민국의 랜드마크’로서 서울스카이에 대한 확신이 섰던 순간이었다.

2015년 봄,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운영사로 선정되면서 세계 전망대 현황을 조사하게 됐다. 하지만 하나같이 얼마나 높은지, 어떤 최첨단 기술로 설계됐는지 등 건조한 내용만 내세우고 있을 뿐이었다.

이 점을 파고들어 우리는 한국의 스토리를 입힌 세계 최초의 테마가 있는 전망대를 구상했다. 대한민국 자연의 아름다움과 문화의 찬란함을 기승전결로 구성해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게 기획하는 것이었다. 천장은 훈민정음 글자로 치장하고, 사계절 한국의 아름다운 풍광은 미디어 영상으로 연출했다. 또한 대한민국 최고의 조각가들과 협업해 한국 문화를 주제로 한 조각작품을 전시했다.이와 함께 서울의 100년 역사를 영상으로 제작해 지하 1층에서 117층까지 약 1분 만에 오르는 엘리베이터 4면 전면에 송출함으로써 몰입감을 높였다. 서울스카이에는 2년 동안 300만 명 넘는 관람객이 다녀갔으며 외국 관광객은 계속 증가 추세다.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인도 총리가 방문하는 등 여러 국내외 VIP의 필수 방문코스가 됐다.

올해 2월 한국종합유원시설협회 회장 취임 후 크고 작은 관광회의에 참석할 때면 관광산업의 침체 극복 대책으로 마케팅의 필요성이 강조되곤 한다. 당연히 마케팅이 중요한 전략임은 부인할 수 없다. 지금처럼 신제품이 쏟아지는 포화 시장에서 강력한 마케팅이 없다면 대부분 제품은 론칭도 못하고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제품이 지속적인 구매력을 갖추는 건 제품력에 있지 마케팅만의 힘은 아니다. 한국 관광산업이 활기를 못 찾고 있는 것 또한 킬러 콘텐츠를 비롯한 관광상품의 부족 때문 아닌가 생각한다. 한국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훌륭한 문화자산과 멋진 자연이 있음에도 이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다행히 최근 K팝 등을 비롯한 여러 노력이 성과를 보이고, 특히 지방 관광지를 중심으로 관광 콘텐츠 개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볼 때 좋은 결실이 맺어지리라 기대해본다.모두가 합심해 한국을 대표하는 킬러 콘텐츠를 개발한다면 굳이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관광을 구걸하지 않아도 되며 당당하게 제값 받고 손님을 맞아들일 수 있고 손님들도 진정한 만족을 느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더불어 최근의 관광 트렌드를 보면 선진국, 후진국을 막론하고 단체 관광객 비중이 줄어들고, 개별 관광객(FIT)이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가 멋진 관광자원을 개발해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킨다면 개별 관광객의 방문을 더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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