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나무들 '영혼의 목소리'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여러 개의 굵은 선이 서로 다른 농도로 층을 이루고 있다. 먹으로 그린 추상화처럼 보이지만 사진가 김명옥 씨가 나무를 찍은 연작 사진 ‘목(木)소리’의 하나인 ‘양평 2017’이다. 흐린 하늘을 배경으로 나무 한 그루를 다중촬영한 작품이다.

김씨는 20년 가까이 겨울나무를 소재로 줄곧 담백하고 간결한 흑백 사진 작업을 이어왔다. 눈 내린 언덕에 홀로 서 있는 작은 나무나 짙은 안개가 내려앉은 호숫가의 나무 등에서 동질감을 느꼈고, 그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작가 내면의 감성이 반영된 풍경을 통해 김씨는 일종의 ‘치유’를 경험했다고 한다. 김씨는 작품에 한국적 서정을 더욱 풍부하게 담아내기 위해 다중촬영 기법을 사용했다.한 장의 필름에 하나의 피사체를 노출을 달리하며 여러 차례 촬영해, 먹물을 찍어 붓으로 그림 그릴 때 생기는 농담(濃淡)의 차이를 사진으로 표현해냈다. 더욱이 한지에 사진을 인화해 한국 전통 미술에서 느낄 수 있는 서정을 담았다. (DCU갤러리 4월 2일까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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