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3국 협력심화로 新남방 박차…평화·비핵화 메시지는 후퇴

브루나이·말레이시아·캄보디아 순방…아세안과 관계 격상 주력
북미관계 급랭 속 '중재·촉진역' 고비…국내엔 다양한 난제 대기
문재인 대통령이 브루나이·말레이시아·캄보디아로 이어지는 올해 첫 해외 순방을 마무리하고 16일(현지시간) 귀국한다.6박 7일간의 3개국 방문에서 문 대통령은 각 나라와의 교류·협력 강화에 주력했다.

이런 '신남방정책'을 통해 한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반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메시지는 이전 순방 때와 비교해 현저히 줄어든 모습이었다.북미 관계 급랭에 따라 문 대통령의 중재·촉진 역할도 어려움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 아세안 국가들과 협력 심화…신남방정책 가속 페달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세 나라의 특성에 따라 '맞춤형' 일정을 준비했다.

각 나라 사정에 맞는 협력사업 아이템을 준비해 이를 관계 강화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브루나이에선 한국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템부롱 대교' 건설 현장을 찾았다.

문 대통령은 "템부롱 다리야말로 개발·저개발 지역을 연결하는 균형발전 사업으로,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동반 및 포용적 성장의 좋은 사례"라며 근로자들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하싸날 볼키아 국왕과의 정상회담에서도 템부롱 대교를 언급하며 "앞으로도 주요 국가 발전 사업에 계속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했고, 볼키아 국왕도 인프라 사업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문 대통령은 말레이시아로 이동해서는 한류·할랄(이슬람 율법에 의해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 전시회에 참석해 한국기업들의 이슬람 시장 진출을 돕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청와대는 "세계 할랄 시장 규모는 약 2조 달러에 달하고 2022년에는 3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등 잠재력이 크다"며 "이번 전시회는 말레이시아와 글로벌 할랄 시장 공동진출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마하티르 빈 모하맛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할랄산업 관련 협력은 물론, 올해 말까지 양자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선언에 노력하기로 했다.

마지막 순방지인 캄보디아에서 문 대통령은 2019∼2023년 대외경제협력기금 차관 한도를 7억 달러로 증액하는 약정이 체결하는 등 관계를 두텁게 하는 데 주력했다.

청와대에서는 이번 순방을 통해 3개 국가와 협력기반을 다진 것이 결과적으로 한국과 아세안 전체와의 관계 격상으로 이어지리라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아세안과의 협력을 4강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이 신남방정책의 목표"라며 "올해 말 예정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과 한·메콩 정상회의는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고, 이번 순방은 그 여정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북미관계 급랭 속 평화·비핵화 메시지 쇠미…국내 난제 수북
이처럼 신남방정책을 위한 경제 행보는 활기를 보였던 반면, 순방의 또 다른 목표였던 '한반도 평화에 대한 지지 재확인'과 관련한 메시지는 이전 순방에 비해 비중이 현저히 줄었다.

지난 1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평화체제 관련 언급은 "여러분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조국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로 여러분의 성원에 반드시 보답하겠다"라는 두 문장에 그쳤다.

14일 캄보디아 동포간담회에서는 한반도 평화 관련 메시지가 나오지 않았다.

이런 변화에는 '하노이 핵 담판' 결렬을 기점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정세가 급변했다는 점이 배경으로 지적된다.

북미 간 교착 국면을 타개할 실마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돌파구를 찾을지에 대한 문 대통령의 고민이 결과적으로 메시지 감소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섣부른 언급을 하기보다는 정교하게 전략을 가다듬어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입장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15일 캄보디아 총리와 정상회담 도중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비핵화 협상중단 고려' 기자회견과 관련한 내용을 강경화 외교부 장관으로부터 보고받기도 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큰 고비를 맞으면서 문 대통령의 귀국 발걸음도 가볍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비핵화 협상 외에 장관 인사청문 정국이 곧 시작되고 많은 경제·민생 현안 역시 문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어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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