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식 LG 임원 회의 "회장님 말씀자료 없애고 밀도 있게 토론"

LG그룹이 매년 4차례 진행하던 분기별 임원 세미나를 월례 포럼으로 바꾼다. 그룹 회장이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던 방식에서 탈피해 임직원들이 밀도있게 토론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기로 했다. 지난해 6월 ‘만 40세’로 그룹 회장직에 오른 구광모 회장(사진)의 ‘실용주의적 경영 철학’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3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그룹 주요 계열사 임원들이 자리를 같이하는 ‘LG포럼’을 매달 열기로 결정했다. 과거 그룹 회장과 계열사 핵심 임원들이 분기별로 모였던 ‘정기 임원세미나’를 확대 개편했다. 고(故) 구본무 회장 시절인 1998년 4월 시작된 정기 임원세미나는 회장의 경영 메시지를 듣고 난 후 명사들을 초청해 강의를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LG그룹은 지난해 5월 구본무 회장 별세 후 10개월여간 잠정중단됐던 회의를 최근 재개하기로 하면서 내·외부에서 의견 수렴을 진행했다. 그룹 안팎에선 ‘학습과 교류의 장을 만들자’는 본래 취지와 달리 형식적인 행사로 흐른다는 의견들이 다수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새로 시작되는 ‘LG 포럼’은 포럼의 주제를 정한 후 관련 전문가들을 초청해 계열사 임원들이 함께 듣는 포럼의 뼈대는 그대로 유지했다. 대신 참석 임원수를 확 줄였다. 과거엔 그룹 전체 임원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400여명이 참석했다. 주최 측이 정한 강의를 일방적으로 듣게 될 뿐 밀도 있는 토론이나 논의를 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LG그룹은 참석 인원수를 100명 미만으로 줄일 계획이다. LG경제연구원이 포럼 주제를 정하고, 관련된 임원들을 초청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강의 시작 전 그룹 회장이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사도 없앴다.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중심의 자율경영 시스템과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소탈한 성격에 권위주의적 행동을 꺼리는 구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럼 주제와 대상도 넓힐 예정이다. LG그룹 관계자는 “본인이 원할 경우 임원뿐 아니라 직원들도 포럼에 참석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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