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대교 돌진 선박 선원들 '모르쇠'…선장 구속영장 신청키로

선장 "사고 후 술 마셨다" 황당한 발뺌…다른 선원도 "모른다" 또는 진술 거부
해경 "조타기 조종 관계없이 선박총괄 선장 음주는 음주운항 해당"
부산시 부실대응 논란에 "모니터링 시스템 등 보완"…한달간 광안대교 정밀 안전진단
출항 직후 부산 광안대교를 충돌한 러시아 화물선 선장 등 선원들이 해경 수사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부산해양경찰서는 1일 "씨그랜드호 선장 A씨가 음주 운항 여부를 추궁하자 '광안대교를 충돌한 이후에 술을 마셨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해경은 또 이들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운항 경로에 대해 '모르겠다'는 진술만 반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경은 사고 전 이미 음주 상태였던 A씨가 판단이 흐려져 항로변경과 후진을 제때 하지 못한 게 결정적인 사고 원인으로 보고 있다.해경이 사고 후 화물선에 대한 정선 명령을 내린 뒤 A씨 음주 여부를 측정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수준인 0.086%로 나왔다
해상 음주운전 입건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3%다.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할 수 있는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A씨 음주 시점을 가릴 예정이다.
조타실에 있던 항해사 B씨와 조타사 C씨는 술을 마시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해경 관계자는 "조타실을 총괄하고 선박 운항을 책임지는 선장이 술을 마셨다는 것은 음주 운항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해경에 따르면 사고 당시 조타기를 잡았던 것으로 확인된 조타사 역시 운항 경로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진술했다.

씨그랜드호에는 모두 15명의 러시아인 선원들이 타고 있었으나, 이들 모두 구체적인 진술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사고 초기 씨그랜드호가 출항 신고는 물론 해상교통관제센터(VTS) 교신 없이 출항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정상적인 절차는 이뤄졌다고 해경은 설명했다.

해경은 화물선 내 항해기록저장장치(VDR)와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업무상과실선박파괴, 해사안전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A씨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씨그랜드호는 지난달 28일 오후 4시 20분께 부산 광안대교 하판 10∼11번 사이 교각을 들이받았다.

사고 충격으로 광안대교 하층 구조물이 가로 3m, 세로 3m 규모로 찢어졌다.

현재 49호 광장에서 광안대교로 이어지는 진입 램프는 전면 통제되고 있으나 오는 3일 오후에 1개 차로 개방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시는 이달 3일까지 광안대교 파손 부위를 중심으로 구조검토를 하고, 4일 이후 한 달간 정밀 안전진단을 벌일 계획이다.


이번 사고에서 보듯 광안대교에는 선박이나 항공기 충돌 등 외부위험 요인을 미리 파악하고 조치하는 대응 매뉴얼이 사실상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CCTV가 50대가 넘게 설치돼 있지만 상판에 몰려있는 데다 대부분이 도로만 비추고 있다.

광안대교를 관리하는 부산시설공단은 사고 소식을 해경으로부터 통보받고야 인지했다.

차량통행 제한도 사고 발생 2시간이 지나서야 시민에게 알렸다.시 관계자는 "상상하기 힘든 사고가 발생했다"며 "관계기관과 협의해 모니터링과 사전 경고 시스템 구축 등을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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