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자재관리 총체적 난국…생산부터 인허가까지 전과정 부실

건축자재 품질관리가 생산, 시험, 시공, 감독, 인허가 등 전 과정에 걸쳐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는 화재시 안전에 문제가 될 수 있는 건축자재의 품질관리 실태에 대해 국토교통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등 관계기관과 함께 합동 감찰을 벌인 결과 130개 건축현장에서 195건의 건축법 등 위법사항을 적발했다고 26일 밝혔다.단열재(드라이비트), 복합자재 등 건축자재의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한 사례가 많았다. 방화문, 복합자재 등의 성적서 갱신 비용을 안 내려고 자재두께, 시험결과, 발급년도 등을 임의로 수정한 변조 사례가 23건 적발됐다. 기준에 미달하는 건축자재로 불량 시공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A공사장에선 복합자재인 샌드위치패널 강판 두께 기준이 설계상으론 0.5㎜였지만 현장을 확인해보니 절반 가량인 0.298㎜에 불과했다.

화재시 인명피해가 커질 수 있는 위험한 공사현장도 다수 적발됐다. 방화구획을 관통하는 파이프 주변 틈은 연기가 새어나올 수 있어 인증 내화충전재로 채워야 하지만, 우레탄폼 등 미인증 내화충전재로 때우거나 아예 채우지 않은 곳이 다수 적발됐다.

감리감독도 엉망인 사례가 많았다. 연면적 5000㎡ 이상 다중이용 건축물을 짓는 B공사장은 건축, 전기 등 분야의 감리자가 상주하며 자재 등의 시공상태를 확인해야 하지만 무자격자가 근무하고 있었다. 9개 지방자치단체는 건물에 사용된 복합자재 품질을 확인하지도 않고 준공허가(사용승인 처리)를 냈다.자재 시험은 사설, 공인기관을 막론하고 부실하게 운영됐다. C사설시험기관은 단열재 난연성능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시공업체가 신청한 그대로 합격처리했다. D공인시험기관은 특정 시료에 대해 KS기준과 다르게 연소성능 및 가스유해성 시험을 진행하고 합격처리했다.

행안부는 이번 위법사항과 관련된 자재 생산업자, 시공업자 등 56명을 자치단체를 통해 형사고발했다. 인허가 처리를 소홀히 한 자치단체 공무원 33명은 중징계하도록 요청했다. 행안부는 향후 건설현장 감찰 대상을 흙막이공사 등 지반 굴착공사 적정여부와 화재안전관리수칙 준수 여부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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