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목동14·엘스 3억~4억 안팎 '뚝'…작년 초 시세로 '원위치'

한해 상승분 다 반납한 강남 집값

'9·13 약발' 본격화…공시가發 '보유세 폭탄'까지

20억 호가했던 개포주공 84㎡ 입주권 17억 매물로
강북 뉴타운아파트도 최고가 대비 1억~2억씩 급락
전문가 "4월 아파트 공시가격 나오면 더 떨어질 것"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강남권을 중심으로 작년 8~9월 대비 3억원 이상 내린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급매’ 물건이 게시된 송파구 잠실동 인근 중개업소. /한경DB
서울 강남권에서 작년 한 해 가격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아파트가 속출하는 것은 작년 가을 나온 ‘9·13 부동산 대책’이 신규 주택 수요를 꽁꽁 묶었기 때문이다. 유(有)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을 사실상 금지하고, 다주택자의 보유세·양도소득세 부담을 대폭 올리자 매수세가 크게 위축됐다. 마음이 급해진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대기 매수자들은 좀 더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시세보다 확연히 싼 급매물만 거래되고 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이달 정부가 단독주택 토지 공시가를 급격히 올리면서 보유세 폭탄을 예고했다”며 “아파트 공시가격까지 발표되는 4월까지 주택시장이 맥을 추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신축·재건축아파트 약세 주도
최근 가격 하락을 주도하고 있는 아파트는 작년 여름까지 서울 집값을 선도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소재 신축 아파트와 재건축 대상 아파트다. 작년 최고 호가 대비 3억~5억원 하락한 아파트가 즐비하다. 올 하반기 분양을 앞둔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 전용면적 84㎡ 입주권은 이달 17억원에 매물로 나왔다. 지난해 9월 최고 20억원을 호가하던 물건이다. 지난가을 19억원을 호가한 잠실동 ‘주공5단지’ 전용 76㎡는 16억7000만원에도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작년 상승분을 모두 까먹으면서 2017년 가격대까지 밀렸다.

갭투자자들의 집중 타깃이 된 입주 10년차 전후 아파트들도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이달 ‘잠실리센츠’ 전용 84㎡는 15억8000만원에 매매 거래됐다. 지난해 9월 최고가(18억3000만원) 대비 2억5000만원 떨어졌다. 작년 초 가격(2월·17억2000만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잠실동 J공인 관계자는 “현재 세를 낀 물건이 급매로 15억5000만원에 나와 있다”며 “매수 대기자들은 15억원까지 호가가 내려오길 기다리고 있어 팔리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강남구 대치동 ‘대치삼성1차’ 전용 97㎡는 이달 17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작년 9월 최고 20억4500만원에 거래된 주택형이다. 이번 거래로 실거래가 수준이 작년 1~2월 최고가(18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목동 신시가지 14단지 전용 108㎡, 대치동 은마 전용 84㎡,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59㎡ 등도 작년 9월 호가보다 3억~4억원 떨어졌다.

강북 뉴타운도 1억~2억원 급락
서울 강북 아파트값 상승을 주도한 뉴타운 아파트들도 작년 최고가 대비 1억~2억원 하락했다. 마포구 아현뉴타운 ‘마포래미안푸르지오4단지’ 전용 59㎡는 작년 11월 10억3000만원에 매매 거래됐다. 지난해 8월 최고가(12억원)에 비해 1억7000만원 떨어진 수준이다.

전농답십리뉴타운 내 ‘래미안위브’ 전용 84㎡는 지난달 9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작년 9월 최고가에 비해 1억2500만원 하락했다.영등포구 신길뉴타운에서 2015년 준공한 ‘래미안영등포프레비뉴’ 전용 84㎡는 이달 9억1500만원에 손바뀜하며 작년 2월(9억200만원) 수준으로 돌아갔다. 작년 고점(9월·11억2500만원) 대비 2억1000만원 떨어졌다. 신길동 H공인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시세보다 1억원 떨어진 급매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보유세가 상반기 최대 변수”

매수세가 위축됨에 따라 거래도 급감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1~12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는 총 5800여건이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0% 감소했다. 2016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 공시가격이 상반기 집값의 최대 변수라고 입을 모았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정부가 올해 5억원 이상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30~50% 올리면서 보유세 폭탄을 예고했다”며 “아파트 공시가격이 발표되는 4월을 분기점으로 서울 주택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임채우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집에 투자해봐야 세금 내고 나면 남는 게 없고 가지고 있는 동안 보유세 폭탄을 맞게 된다”며 “정부가 다주택자 수요를 완전히 틀어막은 상황이어서 올해 서울 집값이 3%가량 빠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민경진/윤아영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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