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마켓인사이트] 삼성전자, 이스라엘 카메라업체 코어포토닉스 인수

삼성 'M&A 공식' 이번에도…지분투자→협업→경영권 인수

인수가격 1800억원 규모 전망
멀티카메라 독보적 기술력 보유
삼성 스마트폰과 시너지 클 듯
▶마켓인사이트 1월13일 오후 4시30분

삼성과 이스라엘 멀티카메라 전문 개발업체 코어포토닉스의 인연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벤처투자는 2017년 2월 대만의 폭스콘, 미디어텍과 함께 1500만달러(약 178억원)를 코어포토닉스에 투자하면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이후 삼성 스마트폰 제작과 관련해 협업해오다가 이번 인수합병(M&A)으로 삼성의 품 안에 들어왔다.
2012년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연구진이 창업한 코어포토닉스는 그동안 세계 유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면서 입지를 다져왔다. 삼성벤처투자 등으로부터 받은 1500만달러를 포함해 글로벌 벤처캐피털인 마그마벤처파트너스와 아미티벤처스, 메모리 제조업체 샌디스크 등에서 총 5000만달러가량을 유치했다.

삼성전자가 2017년 9월 출시된 갤럭시노트8 이후 삼성 스마트폰에 장착된 듀얼카메라는 모두 코어포토닉스와 협업한 것이다. 중국의 휴대폰 제조업체 오포가 2017년 내놓은 광학 5배줌 스마트폰 카메라 등에도 코어포토닉스의 기술이 들어갔다. 코어포토닉스는 2017년 11월 “아이폰7플러스와 아이폰8플러스가 자사 특허 기술 4건을 무단 사용했다”며 애플을 고소할 만큼 이 분야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회사로 평가된다.삼성은 기술 혁신을 위해 △삼성종합기술원 및 계열사 연구진을 통한 자체 연구개발(R&D) △세계 대학·연구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자체 연구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협력) △잠재력을 지닌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인수해 혁신 기술을 흡수해나가는 벤처투자 등 크게 세 가지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이번 건은 삼성벤처투자를 통한 유망 스타트업 발굴과 초기 투자 이후 인수까지 이어지는 삼성의 투자 전략을 잘 보여준 사례로 투자은행(IB)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은 삼성벤처투자, 삼성넥스트, 삼성캐털리스트펀드 세 곳을 통해 국내외 유망 스타트업 300여 곳에 투자해왔다. 투자 후엔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잠재력과 성장성이 입증되면 삼성전자 등 사업 계열사가 인수해 역량을 높여나가는 방식을 쓰고 있다. 코어포토닉스는 삼성벤처투자가 투자한 뒤 삼성전자, 삼성전기 등과 전략적 협력을 해왔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3월 인수한 미국의 인공지능(AI) 검색엔진 개발업체 케이엔진(Kngine)도 삼성벤처투자가 2014년 투자한 업체다.

코어포토닉스 인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2월 경영에 복귀한 뒤 세 번째 인수 사례다. 작년 3월 인수한 케이엔진과 10월 사들인 스페인 네트워크 품질 분석 솔루션업체 지랩스의 회사 규모와 비교했을 때 코어포토닉스는 이 부회장 복귀 후 최대 규모(약 1650억~1800억원) M&A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이번 인수는 한동안 잠잠했던 삼성의 M&A가 다시 활발해지는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이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선 뒤 스마트싱스(2014년), 루프페이(2015년), 비브랩스(2016년) 등 스타트업에 활발히 투자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2017년 2월 구속되면서 한동안 굵직한 M&A 소식이 끊겼다.

IB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 후 이뤄진 M&A는 AI, 5세대(5G) 통신, 멀티카메라 등 차세대 스마트폰의 핵심 기능과 관련이 있다”며 “올해 10년이 되는 갤럭시 시리즈의 향후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고재연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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