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국내 ABCP 1645억 연쇄 부도 가능성…줄소송 예고

中 에너지 기업 CERCG 채권 최종부도 '눈앞'

한화·이베스트證 판매 ABCP
현대차·BNK證 등 9곳서 매입
7개 금융사는 CERCG와 협상중

증권사들, 줄줄이 소송 준비
신용평가사 책임론도 제기
금감원 "검사 여부 검토"
▶마켓인사이트 11월7일 오후 4시15분
중국 에너지 기업인 차이나에너지리저브&케미컬그룹(CERCG·사진) 자회사가 발행한 사모사채 만기가 8일로 다가오면서 금융투자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까지 사채 원리금이 상환되지 않으면 이를 기초자산으로 국내에서 발행한 1645억원 규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도 연쇄 부도를 맞기 때문이다. ABCP를 매입했다가 손실을 본 금융회사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법적 소송을 준비하고 있어 금융투자업계의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1645억원 ABCP 최종 부도 가능성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CERCG 홍콩 자회사인 CERCG오버시즈캐피털이 발행한 1억5000만달러 사모사채 만기가 8일 돌아온다. CERCG오버시즈캐피털이 지난 5월 만기를 맞은 3억5000만달러 규모 채권을 부도 낸 만큼 이번 채권 역시 상환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정부가 경기 위축 등을 우려해 시중 유동성을 조절하는 추세”라며 “공기업이 지급보증한 역외채권을 정부가 갚아줄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하다”고 말했다.

CERCG오버시즈캐피털 채권이 만기 상환되지 않으면 이를 기초자산으로 국내 발행한 ABCP 역시 최종 부도 수순을 밟게 된다. ABCP는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증권이 금정제12차라는 SPC(특수목적회사)를 통해 지난 5월 발행했다. 현대차증권(500억원)과 KB증권(200억원), BNK투자증권(200억원), KTB자산운용(200억원), 부산은행(200억원), 유안타증권(150억원), 신영증권(100억원), 골든브릿지자산운용(60억원), 하나은행(35억원) 등이 이를 사들였다.

이 중 신영증권과 유안타증권을 제외한 7개 금융사가 채권단을 꾸려 CERCG 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이 상환될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면서도 “부도 처리되더라도 CERCG 측에서 지연 이자 등을 포함한 상환계획을 받아낼 것”이라고 했다.

민형사 소송 잇따를 듯ABCP와 관련된 금융사들은 내부적으로 소송을 검토하고 있어 부도가 확정되면 ‘도미노 분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차증권은 이미 ABCP를 담당한 한화증권 직원을 사기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유안타증권과 신영증권은 현대차증권이 ABCP를 되사주겠다는 약속을 어겼다며 매매대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일부 ABCP 매입 회사는 한화증권과 이베스트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한 금융사 관계자는 “한화와 이베스트가 주요 위험요인을 알리지 않았고 실사도 제대로 하지 않아 주관사로서 역할을 방기했다”고 주장했다. 한화증권은 이에 대해 “주관사가 아니라 단순 주선사였기 때문에 법적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KTB자산운용과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은 펀드를 통해 ABCP에 투자해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 채권을 평가한 나이스신용평가도 이해관계자에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돼 부도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태다. 채권단은 CERCG를 상대로 공동 소송에 나서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 검사 나서나

금융감독원은 CERCG 사태와 관련해 한화증권과 이베스트증권에 대한 검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6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ABCP 피해의 법적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질문에 “한화증권과 이베스트증권”이라고 답한 뒤 후속 검토 작업을 하고있다. 금감원은 나이스신용평가를 검사했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위법사항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ABCP는 전문가 간 사모방식으로 거래됐기 때문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불완전 판매와는 사안이 다르다”며 “투자회사 간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민형사 소송이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하수정/이태호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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