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기업'…스탠퍼드大 교수 2000명이 CEO

창간 54주년 - 혁신성장, 성공의 조건

미국 - 베이징실리콘밸리
졸업생 창업 회사만 7만곳

교수 연구 성과물 상용화에 주력
실리콘밸리 생태계 핵심으로

안정락 특파원 jran@hankyung.com
‘자율주행차의 아버지’ 서배스천 스런, ‘구글 인공지능(AI)의 대가’ 페이페이 리, 세계 최대 온라인공개수업(무크·MOOC) 플랫폼 코세라 공동창업자인 앤드루 응과 대프니 콜러. 이들은 모두 미국 스탠퍼드대 AI연구소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다. 스런 교수는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투자한 플라잉카(하늘을 나는 자동차) 프로젝트인 키티호크의 책임자기도 하다. 리 교수는 2016년 구글 수석과학자로 영입돼 AI를 활용한 이미지 인식 연구를 주도했다.

‘대학이 곧 기업’인 스탠퍼드대의 교수 2000여 명은 자신들을 ‘CEO’로 부르며 연구 성과 상용화에 힘을 쏟는다. 스탠퍼드대가 ‘실리콘밸리의 심장’이자 미국 혁신기술의 산실로 불리는 이유다.

이 같은 산학 협력은 1953년 스탠퍼드 연구단지를 조성할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공대 학장이던 프레더릭 터먼 교수는 대학의 넓은 땅을 첨단기업에 임대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정보기술(IT) 기업을 유치했다. 대학·기업 간 공동 연구를 장려했고 학생들의 창업을 지원했다.

스탠퍼드대의 창업가정신은 어느새 전통으로 자리잡았다. 스탠퍼드대 출신인 젠슨 황은 1993년 엔비디아를 설립해 훗날 AI 기술 개발에 큰 도움을 주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개발했다. 제리 양은 1994년 인터넷 검색의 시초가 된 야후를 세웠다. 미국 10대들의 소셜미디어로 급부상한 스냅챗은 2011년 스탠퍼드대 학생이던 에번 스피걸과 바비 머피가 학교에서 개발한 메신저 앱(응용프로그램)에서 비롯됐다.구글의 검색엔진도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의 연구 성과물이다. 시험판 검색엔진의 첫 홈페이지가 ‘google.stanford.edu’였던 이유다. 스탠퍼드대 졸업생이 지금까지 세운 회사는 6만9000여 곳(비영리기관 포함)에 달하고, 창출한 일자리는 600만 개에 이른다.

스탠퍼드대는 창의·융합 교육에도 적극적이다. ‘D스쿨’이 대표적이다.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의 발원지기도 한 이곳에서는 매년 다양한 프로젝트 경진대회가 펼쳐진다. 스탠퍼드대는 내년 봄 의학·화학·생물학·엔지니어링 등을 결합한 새로운 융합 연구를 위한 ‘ChEM-H’ 리서치센터를 완공한다. 융복합 연구의 신기원을 열 것인지 주목된다.

스탠퍼드대는 ‘스탠퍼드 매니지먼트 코퍼레이션(SMC)’이라는 기구를 통해 다양한 기업에 투자도 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기업에 두뇌와 기술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과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학교의 연구·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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