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버팀목' 반도체마저 생산·투자 꺾였다

경기지표 줄줄이 추락

8월 생산 6.2% 줄어 2개월째↓
기계류 설비투자도 1.4% 감소

전문가 "반도체 하강국면 진입"
정부·업계는 "징후 뚜렷하지 않아"
경기 버팀목인 반도체 분야에서 생산·투자 감소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호황을 누려온 반도체마저 하강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8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반도체 생산은 전월 대비 6.2% 줄었다. 7월(-0.3%)에 이어 올 들어 처음으로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반면 또 다른 주력 품목인 자동차 생산은 전달보다 21.8% 늘면서 2013년 8월(24.1%) 이후 5년 만에 증가폭이 가장 컸다.반도체 관련 투자도 하락세다. 반도체 분야를 비롯한 기계류 설비투자는 전달보다 1.4% 줄었다. 반도체 분야 설비투자의 한 축인 반도체 제조용 장비수입 금액은 올초 20억달러대를 유지하다 5월부터 10억달러대로 내려앉은 데 이어 8월에는 9억8756만달러로 떨어졌다.

반도체는 전체 수출에서 약 24.6%(9월 기준)를 차지하는 한국 경제의 주력 품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반도체 경기가 하강 국면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19년 한국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에는 세계 경제와 수출경기 둔화로 반도체 시장 성장도 둔화할 것”이라며 “설비투자를 견인한 반도체산업 투자가 축소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달 20일 발표한 ‘2019년 국내외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반도체 경기의 성장 추진력이 점차 약해지며 투자와 수출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반도체 경기 하강론은 연구소뿐만 아니라 증권업계에서도 나오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인 모건스탠리는 지난 8월 “D램 공급부족 주기가 4분기께 끝날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업황 하락 주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낸드플래시 공급 과잉도 계속돼 3, 4분기에는 생산원가보다 가격이 더 빠른 속도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정부와 업계는 반도체 경기 하향 가능성에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반도체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로는 13.6% 늘었다”며 “전월 대비 생산이 준 것은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생산품목 대신 재고품목을 시장에 대거 내놓은 요인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올해 말 SK하이닉스가 경기 이천공장 증설에 들어가고 내년 초 삼성전자가 평택공장 증설에 나서면 설비투자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투자가 감소한 것은 지난해부터 올초까지 진행한 대규모 설비투자가 종료된 데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 크다”며 “아직은 반도체 경기가 하강 국면이라는 징후는 뚜렷하지 않다”고 말했다.

임도원/김일규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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