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처럼 스스로 외관 바꾸는 BMW… '4D 프린팅'이 온다

과학 이야기

BMW가 공개한 '4D 스포츠카'
온도·습도에 반응하는 신소재 적용
발 상태에 따라 변형되는 운동화도

열 가하면 몸에 조여지는 깁스 등
국내서도 4D 프린팅 제품 개발

아디다스, 매장에 3D 프린팅 설치
"즉석에서 맞춤형 신발 만들 것"
신발 밑창을 3D 프린터로 출력해 만든 아디다스 스니커즈(위)와 BMW의 콘셉트카인 비전넥스트100(아래). 이 차량은 4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기후 및 도로 조건 등에 따라 외관을 바꾸도록 설계했다.
2015년 미국 미시간대 의대는 새로운 도전에 성공했다. 4차원(4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기관지를 다친 생후 5개월 된 아기를 치료한 것. 형태를 바꿀 수 있는 플라스틱인 ‘폴리카프로락톤(PCL)’을 프린터로 인쇄해 목에 대는 부목으로 활용했다. 부목은 아이가 자라면서 조금씩 커지고 기관지가 자리를 잡는 3년 후엔 물에 녹아 없어진다. 4D 프린팅 기술이 여러 번의 수술을 감내해야 할 아기의 고통을 덜어준 셈이다.프린터로 ‘트랜스포머’ 찍어내

3차원(3D) 프린팅 기술의 진화 속도가 눈부시다. 프린팅 속도가 개선됐고 활용할 수 있는 소재도 다양해졌다. 특정한 온도나 환경이 되면 외형을 바꾸는 형상기억 물질을 3D 프린팅의 원료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 중 하나다.

이 기술은 3D 프린팅에 ‘변형’이라는 새로운 특성을 더했다는 의미에서 4D 프린팅으로 불린다. 스카일러 티비츠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2013년 테드(TED) 강연에서 이 용어를 처음 썼다. 당시 티비츠 교수는 3D 프린터로 인쇄한 가는 막대기 모양의 구조물이 물속에서 정육면체로 바뀌는 장면을 시연했다.4D 프린팅 기술은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온도나 습도, 중력, 기압 등의 조건에 따라 모습을 바꾸는 의류, 자동차, 건축물 등을 구현할 수 있다. 독일 자동차업체 BMW가 공개한 4D 프린팅 스포츠카 ‘비전 넥스트 100(Vision Next 100)’이 대표적인 사례다.

BMW는 이 콘셉트카의 바퀴 휠 등에 4D 프린팅 신소재를 적용했다. 바람이 불거나 운전대를 돌릴 때 외관의 형태가 달라진다. 영화 ‘트랜스포머’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신발에도 4D 프린팅 기술이 들어간다. MIT 어셈블리랩에서 선보인 신발은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꾼다. 조깅할 때는 발바닥에 가해지는 압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신발이 알아서 수축한다. 조깅을 멈추면 신발이 늘어나 착용자의 발을 편안하게 해준다.
한국에서도 4D 프린팅 기술 연구가 활발하다. 문명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계산과학연구센터장은 맞춤형 깁스를 개발했다. 형상기억 소재를 사람 팔보다 굵은 원통으로 제작하는 방식이다. 착용 후 헤어드라이어로 열을 가하면 팔의 형태에 맞게 깁스 크기가 줄어든다. KIST는 일정 시간 이상 열과 연기가 감지되면 흡착 소재가 팽창해 연기를 빨아들이는 ‘4D 화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4D 프린팅과 관련해 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환경에 따라 외관을 바꾸는 소재가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은 4D 프린팅 시장 규모가 2025년 5억3800만달러(약 5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공장을 대체하는 3D 프린팅

3D 프린팅 시장도 성장세가 가파르다. 신발 등 일부 산업에선 공장 프레스 기계의 역할을 3D 프린터가 대신 맡기 시작했다. 프린팅 속도가 제품을 대량으로 찍어낼 만큼 빨라졌다.

선두 업체는 아디다스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3D 프린팅 업체 카본과 손잡고 켤레당 300달러짜리 한정판 스니커즈를 내놨다. ‘퓨처크래프트(Futurecraft) 4D’란 이름이 붙은 스니커즈의 비밀은 신발 밑창에 해당하는 미드솔(midsole)에 있다. 고객들의 취향과 몸무게 운동 습관 등에 맞게 미드솔의 푹신한 정도, 형태 등을 다르게 프린팅하는 게 핵심이다. 아디다스는 수년 내로 주요 거점 매장에 3D 프린터를 갖추고 미드솔을 즉석에서 프린팅할 계획이다. 빅데이터와 3D 프린팅 기술을 결합해 맞춤형 신발을 대중화하겠다는 의도다.플라스틱, 합성수지뿐 아니라 금속도 3D 프린팅 소재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프린터로 찍어낼 수 있는 제품 종류가 훨씬 더 다양해진다는 의미다. 프린터업체 휴렛팩커드(HP)는 이달 들어 금속 제품을 양산할 수 있는 메탈 바인더젯(metal binder jet) 3D 프린터를 선보였다. 분말 형태 소재 위에 액체 접착제를 분사해 금속층을 쌓는 게 이 프린터의 원리다. 소형 기계부품을 직접 프린트해 쓸 수 있다. 2021년부터 일반에 판매될 예정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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