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축출시도 있었다"

현직관료, NYT에 익명 기고…美 '발칵'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위 관리가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익명으로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한 여러 난맥상을 고발하는 칼럼을 기고해 백악관이 또다시 발칵 뒤집혔다. 닉슨 대통령 사임을 부른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 기자인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이 백악관 내부의 혼란상을 곧 출간되는 책을 통해 폭로한 지 하루 만이다. 우드워드는 기자로서 고발한 것이지만, 이번 칼럼은 현직 고위 관리의 내부 고발이라는 점에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나는 트럼프 행정부 내 저항 세력의 일부’란 제목의 NYT 칼럼에서 “대통령의 리더십이 충동적이고 적대적이며 사소하고 비효율적”이라며 “마지막까지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정부 고위 관리 다수가 트럼프 대통령의 의제와 최악의 성향을 막기 위해 부지런히 뛰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의 어떤 미국 지도자도 겪지 않았던 대통령직에 대한 시험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에 내각에서 수정 헌법 25조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고 전했다. 25조는 대통령의 직무수행 불능과 승계에 관한 내용이다. 축출 시도까지 있었다는 얘기다.

이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으로 당선됐지만 자유시장, 국민의 자유 등 보수의 가치를 기껏해야 연설문에서 언급하거나 최악의 경우 대놓고 공격했다”고 전했다. 또 대통령의 성향이 대체로 반(反)무역, 반민주로 표출되고 있으며 근본적 문제는 ‘도덕 관념 부재’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규제 완화와 감세, 국방 강화 등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 정책들이 꼬리를 물고 터진 악재 때문에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칼럼을 맹비난하면서 NYT에 필자가 실존 인물인지 밝힐 것과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소위 ‘고위 행정부 관리’가 실제로 존재하는가 아니면 그건 단지 망해가는 뉴욕타임스의 다른 거짓 소스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 진영은 5일 익명의 필자를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고 보도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자신들은 기고자가 아니라며 서둘러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많은 관리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게리 콘 전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등이 불화설 속에 경질되거나 사임했으며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과도 갈등 관계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