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 20년만에 '최악'… 호황이던 반도체마저 위축

경기 동행·선행지수 동반 하락
韓銀, 기준금리 또 동결
한국 경제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투자 위축을 겪고 있다. 현재와 향후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나란히 고꾸라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경기 하강 국면 진입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7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0.6% 줄어 3월(-7.6%) 이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설비투자가 5개월 연속 위축된 건 1997년 9월~1998년 6월 10개월 연속 감소한 뒤 20년 만이다. 특수산업용 기계 등 기계류 투자가 3.9% 줄면서 감소세를 이끌었다. 경기를 떠받쳐온 반도체 분야에서 투자 감소 징후가 뚜렷했다는 의미다.

건설투자도 부진했다. 건축 공사 실적이 0.6% 줄면서 전월에 비해 0.1% 감소했다. 지난 6월 0.7% 줄었던 산업생산은 7월(0.5%) 반등했으나 증가율은 0%대에 머물렀다. 현재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4개월 연속 감소세다. 동행지수가 통상 6개월 연속 하락하면 경기 하강 국면으로 본다. 향후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전월보다 하락했다.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1.5%로 유지했다. 작년 11월 금리를 인상한 이후 여섯 번째 동결 결정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커졌다”며 “성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임도원/고경봉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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