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제일"… 美로 쏠리는 글로벌 자금

브라질 채권 투자자 '패닉'

북미 주식형 펀드에
1주일새 50억弗 순유입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을 떠나 미국으로 쏠리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신흥국 정치불안 등으로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졌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선진국 주식형 펀드 전체에는 지난 23일 기준 1주일 동안 27억4900만달러(약 3조630억원)가 순유입됐다. 13일 터키 리라화 폭락으로 터키발(發)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불거진 뒤 신흥국뿐 아니라 서유럽 지역에서도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갔지만 북미 주식형 펀드에는 50억75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서는 1억60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채권형 펀드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북미지역에만 자금이 크게 유입됐을 뿐 다른 모든 지역에서 자금이 빠져나갔다. 신흥국 채권 펀드에선 15억6100만달러(약 1조7400억원)가 빠져나갔다. 선진국 채권 펀드는 북미 시장에만 30억8000만달러가 순유입돼 총 10억1700만달러가 새로 들어왔다.

올초만 해도 글로벌 자금은 신흥국으로 흘러들어갔다. 미국 금리인상기에도 원자재 가격 인상, 글로벌 경기 회복 등 신흥국에 유리한 환경이 이어져 투자 유망지역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상황이 바뀐 건 아르헨티나가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연 45%까지 인상하면서다. 신흥국이 미국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전망에 자금이 썰물처럼 빠지자 이를 막기 위해 단행한 조치다. 최근 3개월 기준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서는 169억달러, 채권형 펀드에서는 108억달러가 빠져나갔다. 같은 기간 북미 주식형 펀드에는 134억달러, 채권형 펀드에는 306억달러가 순유입됐다.북미 지역에만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일어나는 건 미국 경기 확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어서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는 지난 23일 사상 최장 기간 강세장 기록을 깼다”며 “글로벌 증시에서 돋보이는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북미지역으로 투자자 쏠림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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