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늪' 현대상선에 자금 수혈… 한진해운 '빈자리' 메워 해운업 살린다

현대상선에 5년간 5조 투입

위기감 커지는 국내 해운업
컨선 선복량 1년도 안돼 '반토막'
외국선사에 시장 갈수록 빼앗겨
해운산업 붕괴 우려로 지원 나서

5조 자금 어떻게 쓰이나
선박 20척 확보에 3조 투입
컨테이너·터미널 인수 등에 2조
"조선업 일자리 확대에도 도움"
정부와 채권단이 현대상선에 투입을 준비 중인 5조원은 지난해 현대상선이 요구한 10조원보다는 크게 줄어든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자체 현금흐름과 비용절감 노력 등을 감안했다”며 “하지만 5조원도 상당히 큰 규모”라고 말했다.

정부와 채권단은 현대상선의 정상화와 대형화, 국내 해운업 회복을 위해선 규모보다 속도가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대상선의 자금이 바닥나고 있는 상황에서 지원을 더 미루다간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 및 인수마저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국내 조선업체의 일감 부족과 조선업계의 고용 위기로 이어져 위기를 키울 우려가 있다고 정부와 채권단은 판단하고 있다.
◆발등에 불 떨어진 정부·채권단

지난해 2월 글로벌 7위 규모를 자랑하던 국적 선사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국내 해운산업은 급속도로 무너졌다. 해운사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원양 컨테이너선 선복량(배에 싣는 화물 총량)은 2016년 8월 105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한 개)에서 올해 6월 49만5500TEU로 반토막 났다. 한국 해운업 매출도 한진해운이 파산하기 전인 2015년 39조원 규모에서 지난해 32조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한진해운 파산은 외국 해운사의 시장 확대로 이어졌다. 한진해운 파산으로 일어난 물류대란으로 운임이 올라갔고, 한진해운이 보유한 노선도 외국 선사들에 넘어갔다. 한 해운사 관계자는 “덩치를 키운 외국 선사들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운임을 낮추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며 “현대상선이 선복량을 키워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정부가 지난 4월 서둘러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앞으로 3년간 총 8조원을 투입해 선박 발주 200척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번에 자금 지원을 하기로 한 5조원 중 3조원은 정부가 발표한 선박 발주 지원안에 해당한다. 현대상선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에 발주하기로 약속한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인수비용이 3조원이다. 이는 해양진흥공사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나눠 부담한다.

◆현대상선 “터미널 확보도 시급”현대상선은 선박 인수비용 조달만 시급한 게 아니다. 해상 운송을 위한 컨테이너와 이를 적재할 터미널 확보도 필요하다. 터미널 확보가 늦어지면서 손실을 입는 경우가 적잖다. 현대상선은 지난 5월 부산신항터미널 운영권을 2년 만에 다시 사오는 과정에서 팔았던 가격보다 비싼 값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2016년 4월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산신항터미널 운영권을 팔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재무건전성도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현대상선은 2015년 2분기 이후 올해 2분기까지 1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당기순손익을 봐도 2016년 4841억원 손실에서 지난해 1조2182억원 순손실로 적자가 확대됐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4184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유가가 오르고 있는 반면 운임은 계속 떨어지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정부와 채권단은 선박 건조 외 투입할 2조원의 자금을 자본확충과 대출 등으로 지원하는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다. 현대상선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해양진흥공사와 함께 유상증자에 참여하거나 현대상선이 발행한 영구채를 이들 금융기관이 인수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산은 등 채권단과 해양진흥공사가 얼마나 나눠 부담할지는 협의 중이다.채권단 일각에선 해양진흥공사가 보증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한 번 위기를 겪은 회사인 만큼 거액 대출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해양진흥공사가 보증을 늘리면 대출이 좀 더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채권단은 세부 사항을 조속히 결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르면 9월, 늦어도 10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확정안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박신영/김보형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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