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억원씩 자사주 사들이는 보험사 CEO

김용범 메리츠화재보험 부회장의 '책임 경영'

2015년 사장 부임 이후
4년째 사들여 20만주 보유

"회사와 흥망성쇠 함께"
CEO도 성과에 따른 보상
버핏과 경영철학 일맥상통
매년 10억원가량을 투입해 자사주를 사들이는 보험회사 최고경영자(CEO)가 있다. 주인공은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사진).

김 부회장은 2015년 1월 메리츠종금증권 사장에서 메리츠화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직후 메리츠화재 주식을 사들였다. 그해 2월24일 3만 주를 주당 1만2624원에 매수한 것을 시작으로 2016년 4월에도 7만 주를 샀다. 지난해 7월과 올 6월에는 5만 주씩 추가 매입했다. 이로써 김 부회장 보유주식은 20만 주로 불어났다. 1년에 5만 주씩 사들인 셈이다. 그는 지주사인 메리츠금융지주 4만 주와 메리츠종금증권 10만 주도 함께 보유하고 있다.

김 부회장이 자사주를 꾸준히 사들이는 건 회사 흥망성쇠를 함께한다는 의지에서다. CEO가 회사에서 고액 연봉과 스톡옵션만 누려선 안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상당 규모의 돈을 투입해 자사주를 사고, 기업가치 상승으로 보답받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김 부회장의 이런 경영철학은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과 궤를 같이한다. 버핏 회장은 주주들에게 보내는 정기 서신을 통해 경영 책임은 외면한 채 고액 연봉만 챙기는 일부 CEO의 행태를 비판하곤 했다. 버핏 회장 자신의 재산도 대부분 벅셔해서웨이 주식으로 구성돼 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김 부회장이 평소에도 버핏 회장의 경영철학을 자주 소개한다”고 했다.김 부회장은 메리츠화재 자사주로 아직까지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가 20만 주를 사들이는 데 투입한 돈은 38억원 정도. 평균 매입단가는 1만8036원이다. 21일 종가는 1만8950원으로 평균 매입단가 대비 소폭 상승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10월 2만8800원까지 올랐던 회사 주가는 전반적인 보험주 하락 영향으로 1만원가량 떨어졌다.

하지만 김 부회장은 메리츠화재 주가가 장기적으로 크게 오를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그가 펼치는 ‘역발상 경영’이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부회장은 CEO 취임 후 전속 설계사 조직을 대폭 축소하고 경쟁사들이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독립법인대리점(GA)을 적극 활용했다. 취임 3년이 지난 시점에 메리츠화재는 손해보험사의 핵심 수익원인 장기 인보험 실적(초회 보험료 기준)에서 업계 내 1위 다툼을 벌이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메리츠화재는 김 부회장 취임 첫해인 2015년 순이익이 1685억원이었다. 지난해엔 3838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신계약비용 추가상각이라는 요인 때문에 순이익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이 같은 상각이 마무리되는 3~4년 뒤엔 순이익이 지난해의 2배 이상으로 급증할 것으로 그는 보고 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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