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핀테크 현장 다녀온 정무위원회 "ICT기업 자산 10조 넘어도 인터넷銀 대주주 허용 추진"

"獨·스위스처럼 '빗장' 풀어야"
"ICT 매출 50% 넘는 대기업집단
인터넷銀 진출 허용방안 등 논의"

"핀테크 규제 '네거티브' 전환 필요"
여야 간사들, 현장토론서 의견접근

가상화폐 공개 허용도 논의
"핀테크 도시 스위스 추크에선
스타트업이 ICO로 성장발판 마련
블록체인 규제완화도 많은 대화"
국회 정무위원장과 여야 간사들은 지난 12일부터 5박7일 일정으로 독일, 스위스의 핀테크 산업현장을 방문했다. 민병두 정무위원장(맨 오른쪽)이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간사(왼쪽부터), 추혜선 정의당 의원, 김종석 자유한국당 간사와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토론하고 있다. /김종석 의원실 제공
“정부의 규제 문턱이 높은 편인 독일과 스위스도 핀테크(금융기술)에 대해선 기업들의 새로운 시도를 전면 허용해 주는 ‘규제 샌드박스’식 접근법을 적용하고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국회 정무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 김종석 의원)

국회가 ‘은산(銀産) 분리’ 규제완화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의 민병두 위원장(더불어민주당)과 민주당 간사 정재호 의원, 김 의원, 추혜선 정의당 의원 등은 지난 12일부터 5박7일 일정으로 독일·스위스 출장을 다녀왔다. ‘핀테크 강국’으로 꼽히는 두 나라의 핀테크 산업현장을 둘러보고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에 대한 의견을 모으기 위해서다. 여야는 이번 출장에서 정보통신기술(ICT) 매출 비중이 전체의 50%가 넘는 대기업 집단에 대해선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10조원 룰’ 완화되나

이번 정무위 유럽 출장에서 가장 큰 화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를 어디까지 허용하느냐’였다. 여야는 비금융회사의 은행 지분 한도를 종전 4%에서 34%(한국당은 50%)까지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지난 8일 합의했다. 그러나 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있는 대상을 ‘총수가 없고 자산이 10조원 미만인 회사’로 한정해 유망 ICT 기업의 인터넷전문은행업 진출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례법대로라면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모회사인 카카오(자산 규모 8조5380억원)는 자산이 10조원 이상으로 불어나면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이 같은 지적이 잇따르자 여야는 자산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ICT 매출 비중이 50%가 넘는 곳에 한해 은행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출장지에서 의논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파격적인 규제완화로 핀테크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한 독일과 스위스를 둘러보면서 한국의 핀테크 관련 규제도 ‘포지티브 규제(원칙적 금지, 예외 허용)’에서 ‘네거티브 규제(원칙적 허용, 예외 규제)’로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들도 한국이 두 나라처럼 핀테크 관련 규제의 ‘빗장’을 대폭 풀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조원 룰’이 완화되면 또 다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K뱅크)의 실질적 대주주인 KT(자산 규모 30조7360억원)도 지분을 늘릴 수 있다. 아직 자산 규모가 10조원이 안 되는 네이버(7조1440억원), 넥슨(6조7210억원) 등도 부담 없이 인터넷전문은행업에 진출할 수 있다.

◆“ICO, 새로운 시장으로 봐야”정무위는 오는 24일 법안심사1소위원회 회의를 열어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대한 의견을 조율할 예정이다. 정무위 관계자는 “여야 간사가 10조원 룰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지만, 법안심사소위 논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합의에 이르렀다’고 보긴 이르다”고 말했다.

민 위원장과 정무위 여야 간사단은 이번 출장에서 가상화폐 공개(ICO) 허용에 관해서도 논의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기업의 가상화폐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을 전면 금지시켰다. 정 의원은 “‘핀테크 도시’ 스위스 추크에 가보니 수많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이 세계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ICO를 통해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게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야 의원 모두 ICO를 막기만 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으로 봐야 한다는 게 공통된 생각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비교섭단체 대표로 이번 출장에 동행한 추 의원도 “블록체인 기술 혁신을 위한 규제완화에 대해 많은 대화가 오갔다”고 전했다.

하헌형/박종필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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