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녹아버린 페이스북… 순식간에 19조 날린 저커버그

연일 사상 최고 주가를 갱신하던 페이스북이 말그대로 녹아버리고 있습니다.

2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가 마감한 뒤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시간외 거래에서 무려 24%까지 폭락하고 있습니다.정규장에서는 1.32% 오른 217.50달러로 마감했는데, 미 동부시간 오후 6시10분 현재 주가는 171.5달러입니다. 20분전에는 165달러까지 떨어졌었습니다.

이는 올들어 이날까지 상승률 23%보다 큽니다. 7개월간의 상승폭이 한 순간에 날아간 겁니다.

주가 165달러를 기준으로 추산하면 최대주주인 마크 저커버그의 주식 보유가치는 무려 168억달러가 증발했습니다.이는 주당 순이익은 예상치에 근근히 맞췄지만, 향후 매출 성장률과 회원 가입률이 지속적으로 둔화될 것이라고 밝힌 탓입니다.
페이스북은 2분기 주당순이익이 1.74달러(전년 동기 1.32달러)라고 발표했습니다. 예상치 1.72달러를 소폭 웃도는 수준입니다. 사용자당 평균 수익(ARPU)은 5.97달러도 예상치 5.95달러보다 조금 높았습니다.

하지만 나머지는 모두 기대에 못미쳤습니다.▷매출 132억3000만달러 VS 예상치 136억3000만달러
▷글로벌 일일 활동 사용자 수(DAUs) 14억7000만명 VS 예상치 14억9000만명
▷북미지역 DAUs 1억8500만명 VS 전망치 1억8540만명
▷유럽지역 DAUs 2억7900만명 VS 전망치 2억7940만명
유럽이 시행한 ‘개인정보보호규정’(GDPR)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유럽 DAU는 지난 1분기에 2억8200만명이었습니다.저커버그 CEO는 "GDPR은 우리 업계에서 중요한 순간이었다. 우리는 유럽에서 월간 활동량이 감소한 것을 지켜봤다. 결과적으로 약 1백만 명이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셰릴 샌드버그 COO도 "GDPR은 이번 분기에 매출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지만, 아직 모든 영향이 발휘된 게 아닌 만큼 앞으로도 유럽의 매출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데이터 유출 스캔들과 가짜 뉴스 문제로 인한 악영향에도 불구하고 북미 지역 DAU는 예상과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데이비드 웨이너 CFO는 “3분기와 4분기에도 높은 한자릿수 수준으로 매출 증가율 둔화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GDPR뿐 아니라 가짜뉴스와 데이터 유출 스캔들 때문에 정보 보호 기능 등에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 있고, 달러 강세 영향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뉴욕 증시에서는 이날 페이스북의 주가 움직임을 보고 기술주가 가진 성장성과 위험성 양면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합니다.

시장 예상치를 크게 미달한 것도 아닌데 4분의 1 가까이 폭락한 겁니다. 그만큼 기술주에 대한 기대가 크고, 그 기대가 엄청난 주가 상승을 만들어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일부에선 ‘기술주 버블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주가가 다시 오를 것으로 보는 관측이 더 많습니다.P.S 페이스북은 어제 중국 항저우에 자회사 '페이스북 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고 밝혔습니다. 10년간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자하는 노력의 결실로 평가됐습니다. 하지만 뉴스가 나온 직후 중국 정부의 기업신용정보공시시스템에서 페이스북의 자회사 목록은 삭제됐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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