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회복세 탄 철강경기… 글로벌 보호무역 확산 '넘어야 할 산'

Cover story - 포스코

철강산업 분석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위원
2016년 초부터 시작된 글로벌 철강경기 회복이 2년 동안 이어졌다. 이 기간에 세계 철강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철강 가격이 119% 올랐고 주요 철강시장인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의 철강 가격도 각각 137%, 79%, 49% 상승했다. 이런 철강 가격 상승 배경에는 글로벌 경기 회복과 중국의 공급 측 개혁 및 환경정책이 있었다.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세계 철강 명목소비는 2015년 3.0% 감소했으나 2016년에는 1.0% 증가했고, 2017년에도 2.4% 늘었다. 같은 기간 중국의 철강재 명목소비는 2015년 5.4% 급감한 이후 2016년 1.3%, 2017년 3.0% 증가했다. 2016년과 2017년의 철강 소비 증가는 미국을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된 데 따른 것으로 글로벌 철강산업은 부동산과 인프라투자를 중심으로 수요 측면에서 경기순환적 개선을 경험했다.2016년 1월부터 중국 정부는 설비과잉 산업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이 직접 산업현장을 시찰하며 그 필요성을 역설했는데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1억5000만t 규모의 철강 설비를 줄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국은 2016년 계획보다 2000만t 많은 6500만t의 철강 설비를 폐쇄했고 2017년에도 5000만t 이상을 줄였다고 발표했다. 이와는 별도로 2017년 1억4000만t에 달하는 유도로를 폐쇄했다. 유도로는 저급 철강재를 생산하는 저효율 설비인데 생산 관련 통계에 반영되지 않던 유도로 제품이 사라지면서 통계상 중국의 철강 명목소비 증가율이 실제치보다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철강경기 회복에 기여한 또 다른 요인은 중국의 환경정책이었다. 지속적이고 강력한 환경 정책이 공급 측면에서 철강산업의 경기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중국 정부는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베이징 주변과 허베이성을 중심으로 철강 감산을 시행하고, 이를 위한 감시활동을 강화했다. 화석연료 사용이 많아지는 11월15일부터 이듬해 3월15일을 난방기로 정하고 해당 기간에 일부 도시에서 철강업체 가동률을 최대 30%까지 낮췄다. 이로 인해 지난해 11월 난방기가 시작되자마자 중국의 고로 가동률은 난방기 직전보다 전국 기준 7.3%포인트나 급락했다.

철강가격 상승에 힘입어 국내 철강업체의 이익이 증가했다. 국내 대표 철강기업인 포스코의 별도 영업이익은 2015년 2조2382억원에서 2016년 2조6353억원으로 증가했고, 2017년에는 2조9024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1분기 포스코의 별도 영업이익은 1조159억원을 기록했는데 분기 영업이익으로는 2012년 2분기 이후 5년6개월 만에 처음으로 1조원을 넘은 것이다.철강경기 회복세가 어느 정도 이어지는가 싶었는데 올 들어 글로벌 무역전쟁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미국이 자국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3월 수입 철강재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유럽연합(EU)은 역내 수입되는 28개 품목의 철강재에 대해 할당량(쿼터)을 설정하고 그 초과분에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의 잠정 도입을 결정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보호무역의 불씨가 유럽으로 옮겨 붙는 양상이다. 자국산업 보호를 위한 무역전쟁이 확전되면 조강생산 대비 철강재 수출 비중이 45%에 달하는 우리 철강산업에 대한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개방과 경제개발, 그리고 이 과정에서 기대되는 남북한 경제협력은 우리 철강산업에 긍정적이다. 국내 철강시장은 명목소비 기준 5500만t 수준에서 정체되고 있다. 북한의 철강산업에 대한 최근의 자료는 부족하지만 북한의 철강소비가 중국 수준인 인당 500㎏으로 증가한다면 북한의 연간 철강소비는 1000만t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 철강기업은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원료의 일부를 북한에서 조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철강산업은 북한의 경제개발 초기 단계부터 남과 북이 상호 협력할 수 있는 분야다.

글로벌 경기 회복과 중국의 구조조정 및 환경정책으로 국내 철강산업 상황이 최근 2년간 나아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철강업은 철저한 경기민감 산업인 만큼 중·미 간 무역전쟁 격화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와 미국에서 유럽으로 확산된 철강재 보호무역은 국내 철강산업이 넘어야 할 과제다. 그리고 북한의 경제개발이 한국 철강산업에 기회이지만 장기적인 시각에서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경쟁국 대비 우위를 점할 방안 또한 준비해야 할 것이다.

will.byun@nhq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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