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문가들 "中, 北비핵화 원하지만 페이스 조절 기대"

FT, 전문가 견해 소개…코브릭 "中, 오래 끄는 협상 원한다"
윈순 "북한도 이익 극대화 위해 美中 대립하도록 조종"

미국과 북한이 정상회담을 놓고 막판 '기 싸움'을 펼치는 상황에서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원하지만, 자국에 유리한 페이스대로 비핵화가 이뤄지질 기대하고 있다고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이 지적했다.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현지시간)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원하지만, 자신들의 페이스대로'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중국은 미국과는 다른 지역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면서 북미 정상회담과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다.

FT는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의 견해를 빌어 중국이나 미국 모두 핵을 가진 북한을 원하지 않지만, 한반도 문제에 대한 양국의 이해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핵무기 보유 야망을 일방적으로 양보받기를 바라지만, 중국과 북한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와 주한미군 감축 등을 원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자오퉁(趙通) 칭화대·카네기 세계정책센터 연구원은 김 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8일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서 2차 북중 정상회담을 한 뒤 중국 정부가 "북미 협상에서 체제안전을 보장받으려는 북한의 노력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자오 연구원은 그러면서 "명백히 중국은 이것(북미 정상회담)이 미국에 대해 상호 양보를 요구할 수 있는, 특히 군사배치 문제에 대한 양보를 요구할 좋은 기회라고 느끼고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또 중국이 오랫동안 북한에 대해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거론한 뒤 중국 정부가 북미 정상회담을 원하고 있다는 점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시진핑 배후론'을 반박했다.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 시작 전 기자들에게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과 두 번째 만난 다음에 태도가 좀 변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중국사회과학원의 루샹(陸翔) 연구원도 "중국이 진실하지 않다는 주장은 완전한 오해"라면서 "중국은 북한에 미국과 직접 대화를 하도록 항상 권고했다"고 말했다.

루 연구원은 최근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북한의 강경한 발언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리비아 모델' 언급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반면 서방의 한 외교전문가는 중국이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논의가 재개되기를 바라지만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 전략'으로 회귀하는 데는 흥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수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중국이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북미 회담이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주재 캐나다 외교관이었던 인터내셔널 크라이시스 그룹의 미첼 코브릭 동북아 담당 고문은 "중국은 자신들의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오래 끄는 협상을 선호한다"면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의 길을 피하기만 한다면 중국은 북미 정상회담이 즉각 이뤄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예측할 수 없거나 위험이 큰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게임을 오래 하는 것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북한 또한 무역분쟁과 남중국해 분쟁 등 미국과 중국 사이에 빚어지는 갈등을 활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스팀슨 센터의 윈순 중국 프로그램 책임자는 "미국과 북한, 중국 3자가 상호 조종을 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무역 협상에서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북한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또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과 친하게 지내면서 '안갯속 전쟁'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다"면서 "북한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을 상호 대립하게 하는 방향으로 조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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