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북한이 28일 오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방중과 양국 정상회담 결과를 동시에 공개했다.25일 김정은 위원장 일행이 특별열차 편으로 중국을 방문한 뒤 28일 새벽 귀국하자 북중 양국이 비슷한 시간대에 발표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전 중국 방문 때에도 귀국하면 방중 사실과 회담 내용을 공개하는 관례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중국은 관영 중앙(CC)TV와 신화통신,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관련 소식을 전했다.내용은 유사했으나, 한반도 비핵화 논의와 관련한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대화 내용을 중국 매체는 전한 반면 북한 매체는 전하지 않는 등 차이도 있었다.
중국 관영언론은 북중 우호 관계를 강조하면서도 한반도 비핵화 문제 해결을 부각했고, 북한 관영매체는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회동 자체와 북중 간 전통적 우호 관계에 집중했다.
중국으로서는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문제 해결에 '중국 역할론'을 강조함과 동시에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 방중에 걸림돌이었던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언급함으로써 시 주석의 이번 초청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북한은 비핵화 등에 대한 자세한 언급을 피하면서도 김정은 위원장이 시 주석과 만나 북중간에 동등하면서도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갖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서 좋은 패를 쥐려는 의도가 보인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국제 외교무대에 순조롭게 '등판'했음을 강조하려는 분위기도 묻어났다.
중국 CCTV와 신화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의 첫 방중을 환영하며 높이 평가했다.김 위원장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듯 한반도 정세 급변을 거론하면서 (중국에) 직접 와서 말해야겠다고 발언해 관심을 샀다.
김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북중 간 전통적 우호관계의 복원을 강력하게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 역시 김 위원장에게 북중 전통 우의가 양국 원로 지도자들에게 물려받은 귀중한 유산이라면서 "북중 우의를 더욱 잘 발전시켜야 한다.
이는 국제 지역 정세 및 북·중 관계를 고려해 내린 전략적인 선택이자 유일한 선택"이라고 화답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 교환이 심도 있게 이뤄졌다고 CCTV와 신화통신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먼저 시 주석은 "한반도 정세에 적극적인 변화가 있었고 북한이 중요한 노력을 기울였는데 이에 대해 찬성한다"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김 위원장은 "우리는 자발적으로 긴장 완화 조치를 했고 평화적인 대화를 제의했다면서 김일성 및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주력하는 것은 우리의 시종 일관된 입장이다"라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남북 관계를 화해와 협력으로 바꾸기로 하고 남북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으며 미국과 대화를 원해 북미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면서 "한미가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응해 평화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해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인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북중 정상이 양국 관계 발전과 한반도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는 정도로만 소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시 주석이 최근 한반도 정세에서 긍정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전략적 결단'과 북한 노동당과 정부가 기울인 노력의 결실로 평가했다고 전했다.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의 언급 중에 북미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는 점도 보도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