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1년] 은산분리 족쇄로 증자난항… '매기효과' 시들

잦은 접속·결제 오류에 리스크 관리도 검증 안 돼

국내 최초 인터넷 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출범한 데 이어 카카오뱅크도 영업을 개시하며 인터넷 전문은행이 은행권에 새 바람을 일으켰지만 그 한계도 노출됐다.이른바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 규제라는 족쇄에 묶이며 '덩치'를 키워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이르면 다음달 이사회를 열고 출범 1년만에 두번째 유상증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말 1천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려 했지만 일부 주주사가 참여를 확정 짓지 못해 일정이 연기됐다.케이뱅크는 아이러니하게도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한 것이 어려움을 겪는 배경이 되고 있다.

케이뱅크는 애초 출범 2∼3년 후에 2천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자본금 2천500억원으로 최소 2년은 영업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고 그때쯤 은산분리 규제도 완화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하지만 케이뱅크는 대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출범 3개월 만에 대출을 중단해야 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을 일정 수준 유지하려면 늘어난 대출 만큼 자본도 확충해야 했다.

영업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증자가 필요했지만 일부 주주사가 증자를 거부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현재 은행법에서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최대 10%로 제한하고 있다.

규제가 완화되면 케이뱅크를 이끄는 케이티(KT) 혼자서도 대규모 증자를 할 수 있지만 현행 법령에서는 모든 주주가 지분율대로 증자에 참여하거나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해야 한다.

결국 지난해 9월 추진한 유상증자에서 일부 주주사가 불참한 탓에 모자란 금액을 새 주주사인 부동산투자회사 MDM으로부터 투자받아 1천억원 증자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케이뱅크는 이번 증자에서도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할 전망이다.

증자 규모가 1천500억원에서 5천억원 사이로 지난 증자 때보다 커 기존 주주사가 부담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카카오뱅크는 케이뱅크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역시 은산분리 규제에 발목이 묶여 있기는 마찬가지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5천억원 규모의 증자에 기존 주주들이 모두 참여하며 상대적으로 쉽게 자본을 늘렸다.

하지만 올해 진행되는 5천억원 증자는 상황이 다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5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할 때 2천억원은 보통주, 3천억원은 우선주로 구성했다.

증자에 참여하지 못하는 주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해 우선주를 배정한 것이다.

실권이 발생하면 그 실권주를 카카오가 인수할 계획이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어 산업자본인 카카오가 얼마든지 사들일 수 있다.
은산분리 완화라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으면 인터넷 전문은행은 자본확충 때마다 이런 산고를 겪어야 한다.

한정된 자본금으로 인터넷 전문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대출 규모를 늘려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고, 자본이 풍부해야 다양한 대출 상품을 내놓을 수 있는데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것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은산분리란 규제로 '매기' 역할을 제대로 못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를 이끄는 KT나 카카오가 은산분리 완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어느 순간 투자를 멈출 수도 있다.

은산분리 완화 없이는 최대주주에 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잦은 오류도 과제다.

카카오뱅크는 설 연휴 마지막 날이던 지난달 18일 정오부터 약 2시간 동안 서버접속 오류가 발생해 송금이나 계좌이체가 중단되기도 했다.

또 금융거래 알림 메시지 발송이 늦거나 체크카드 결제 승인이 이뤄지지 않는 등 잦은 오류로 고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리스크 관리나 흑자 전환 시기도 우려되는 부분이다.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출범한 지 이제 1년 지났을 뿐"이라며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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