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사드에 막힌 게임 한류…중국, 두 달째 한국 게임 유통허가 '제로'

3월 이후 단 한건도 허가 못받아
MMORPG로 중국진출 노렸던
엔씨소프트·넷마블 등 '전전긍긍'

자금력·네트워크 등 부족한
중소업체는 더 큰 타격 우려

업계 전반 심리적 부담감 확산
한국 게임이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에 막혀 중국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3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현지에서 한국 게임 유통허가가 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거대 시장인 중국 수출길이 좀처럼 뚫리지 않으면서 게임업체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14일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에 따르면 지난달 17일자로 발급한 외자판호(수입게임 유통허가) 24개 중 한국 업체가 개발한 게임은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중국 정부는 3월 초 현지 업체에 ‘한국게임 판호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한국의 사드 배치에 따른 무역보복이었다. 이후 한국 게임은 3월22일과 4월17일 두 번에 걸친 외자판호 발급에서 한 건도 유통허가를 받지 못했다. 3월2일자 외자판호 발급까지 합치면 세 번 연속 퇴짜를 맞은 셈이다.

한국 게임 판호 거부가 계속되면서 국내 게임업계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모바일게임으로 중국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는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가 대표 사례다. 이들 업체는 중국에 비해 품질 경쟁력이 높은 모바일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으로 중국 진출 계획을 세웠다. 중국과 대만, 홍콩 등 중화권은 국내 모바일 게임 수출액에서 가장 큰 비중(2015년 기준 32.9%)을 차지하는 지역이다.사드 보복이 길어지면서 이들 업체도 영향을 받고 있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올초 현지 배급사를 통해 각각 ‘리니지 레드나이츠’ ‘리니지2 레볼루션’에 대한 판호를 신청했지만 아직 출시 일정을 잡지 못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연내 출시가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며 “손쓸 방법이 없어 당분간 계속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출시를 앞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도 중국 시장을 공략할 만한 게임으로 꼽힌다.

현지 배급업체와 손잡고 진출을 추진하는 만큼 대형 업체의 피해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두일 차이나랩 대표는 “던전앤파이터, 크로스파이어 등 인기 한국 게임 서비스를 중단하면 텐센트 같은 중국 현지 배급사도 큰 피해를 입는다”며 “기존에 서비스 중인 한국 온라인게임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형 업체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자금력과 네트워크가 부족한 중소 게임업체나 콘텐츠 업체들은 심각한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3월17일부터 운영한 사드 관련 콘텐츠 피해신고센터에 △방송 5건 △애니메이션·영화 4건 △게임 3건 △연예·엔터테인먼트 2건 △캐릭터 1건 △기타 2건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내용별로 △제작중단 5건 △계약파기·중단 5건 △투자중단 2건 △행사취소 1건 △대금지급 지연과 사업차질이 4건이다. 게임 관련 신고는 중소업체들이 넣은 것으로 파악된다.게임업계 관계자는 “사태를 키우지 않기 위해 쉬쉬하는 업체까지 포함하면 피해 사례는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 벤처에 투자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하소연도 나온다. 지난해 국내 게임 벤처의 투자 유치금은 1427억원이었다. 2014년 1762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5년 1683억원까지 떨어진 데 이어 작년에는 전년 대비 15.2%나 줄었다. 게임업계 승자독식은 다양한 게임이 등장할 가능성을 낮춘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에게도 부정적이다.

당장 큰 피해가 없더라도 게임업계 전반의 심리적 부담감은 꽤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규제의 강도가 전례 없이 강하기 때문이다. 중국 신문출판광전총국은 2004년께 판호 발급 거부로 한국 온라인게임 진입을 규제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대형 업체들에는 쿼터제로 몇 개씩 판호를 주곤 했다.

지난 9일 대선 이후 정권이 바뀌었지만 중국의 콘텐츠 무역보복은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주요 정당은 게임을 비롯한 중국 콘텐츠 무역보복에 원론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은 당론으로 사드 배치를 내세우고 있다. 비공식 무역제재인 만큼 명확한 사태 해결 방안을 내놓기 어렵다.민주당은 “다양한 협력 채널을 통해 중국과의 신뢰, 우호 관계 구축을 강화하겠다”며 민간외교 채널 가동을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문화 교역과 협력 구조를 다변화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긴급대응은 긴급대응대로 하되, 긴 호흡으로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른정당은 “정부가 외교력을 발휘해 대화로 콘텐츠 무역보복을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면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여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포함해 중국의 일방적인 무역보복 문제점을 국제적으로 부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사드 배치에 따른 콘텐츠업계 피해를 줄이기 위해 2017년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 예산 1160억원을 조기 집행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고용유지 지원금), 중소기업청(긴급경영안정자금, 금리 연 3.35%)과 협력해 정책자금도 지원할 계획이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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