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준비 후 40초 내 스윙"…33년 만에 골프 규정 수술대 오른다

영국·미국 골프협회, '빠르고 쉬운 골프' 추진

경기시간 단축용 규정
최대 타수도 설정 가능케 해…'홀아웃' 못 하면 다음 홀 이동

'쉬운 골프' 규정 개정
거리측정기 사용 전면 허용…깃대 꽂힌 상태서 퍼팅 가능
골프계 의견 수렴한 후 2019년부터 개정안 시행
< 더스틴 존슨 “벌타 규정 바뀐다니 환영” >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이 2일(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멕시코챔피언십 개막을 하루 앞두고 멕시코시티의 차풀테펙GC에서 샷 연습을 하고 있다. 존슨은 이날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벌타 규정이 바뀐 것을 반긴다”고 말했다. 지난해 그는 벌타를 극복하고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우승했다. AP연합뉴스
‘코리안 영건’ 김시우(22·CJ대한통운)는 지난해 1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소니오픈에 출전했다가 ‘편법 뒤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다. 티샷을 하기 전 캐디가 정렬이 제대로 됐는지 뒤에서 봐준 게 ‘적절하지 못한 행동’이라는 비판을 받은 것이다. 여자프로골프계에서는 흔한 이 행위가 경기시간을 지연시키는 부당한 협력이라는 지적이었다. 잘나가는 한국 골퍼들에 대한 견제가 아니냐는 반박 여론도 불거졌다. 하지만 앞으로는 논란 자체가 사라질 전망이다. 캐디가 뒤에서 라인을 봐주는 도움이 아예 금지되기 때문이다.

철옹성 같았던 골프 규정들이 33년 만에 대거 손질된다. 규정을 관리하는 영국 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그동안 불합리한 것으로 비판받아온 규정을 현실에 맞춰 바꾸기로 하고 개정안을 미리 공개했다. 이 골프룰은 선수와 골프계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2019년 1월부터 시행된다.◆‘느림보 골프’ 이제 그만

2일 공개된 R&A와 USGA의 개정안은 ‘쉽고 빠른’ 골프에 초점을 맞췄다. 선수들은 공을 치기 위해 샷 준비(자기 차례가 온 순간부터 시간 체크)했을 경우 40초 안에 공을 쳐야 한다. 퍼팅의 경우는 볼 자국이나 잔디 조각 등의 방해물을 정리하는 불가피한 행위가 끝나는 순간부터 40초 안에 스트로크해야 한다. 해저드나 깊은 숲 등으로 날아간 공을 찾는 시간도 현행 5분에서 3분으로 줄어든다.

선수들이 규정 타수보다 훨씬 많이 치는 이른바 ‘대형사고’도 줄어들 전망이다.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 홀당 최대 타수를 정할 수 있게 규정을 바꿨기 때문이다. 예컨대 ‘쿼드러플 보기(규정 타수보다 4타 더 친 오버파)’로 최대 타수를 정할 경우 선수는 4오버파를 기록하는 순간 다음 홀로 이동해야 한다.
티샷을 하거나 퍼팅할 때 캐디가 선수 뒤에서 라인을 봐주는 것도 금지된다.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개정안도 공개됐다. 홀컵에서 거리가 먼 선수부터 샷을 하는 기존 경기룰을 준비된 선수부터로 바꾸겠다는 대목이다. 골프계에선 “빠른 경기 진행도 좋지만 선수와 선수 간 소통이 잘 안 될 경우 사고가 날 수도 있는 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선수들 “바람직한 방향” 환영골프를 쉽게 할 수 있는 규칙도 대거 도입된다. 출전 선수가 디지털 거리측정기나 보이스캐디 같은 전자기구를 사용할 수 있다. 현재도 해당 경기위원회가 쓸 수 있다고 규정하면 사용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쓸 수 없다’고 명시하지 않는 한 사용할 수 있게 바꾸겠다는 것이다.

또 그린 위 다른 선수들이 남겨놓은 신발 자국이나 동물이 남겨놓은 흔적을 정리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지금까지는 공이 떨어지면서 생긴 볼마크의 경우에만 수리가 허용됐다. 그린이나 필드에서 공이 움직였을 경우 선수가 원인 제공(고의 여부와 상관없이)한 확률이 95% 이상 확실하지 않을 경우에도 벌타를 매기지 않는다. 사실상 웬만하면 벌타를 주지 않겠다는 의도다. 공을 드롭할 때 어깨높이에서 하도록 한 조항도 사실상 폐지된다. R&A 측은 “1인치 이상만 들면 공을 드롭할 수 있게 규정을 바꿨다”고 발표했다. 이번 개정안은 1984년 골프규정이 대폭 변경된 이후 최대 규모라는 게 R&A 측 설명이다. 데이비드 릭먼 R&A 이사는 “달라진 시대 변화와 가치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은 “공을 의도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는데 벌타를 받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었다”며 “바뀐 규정안 중 일부는 좋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열린 메이저대회 US오픈 우승자인 존슨은 4라운드 5번홀에서 퍼팅 직전 공이 움직이는 바람에 뒤늦게 1벌타를 받아 압박감 속에 경기를 해야 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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