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배출권 추가 대책] 내년부터 돈 내야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기업들 6000억 추가 부담

정부, 2018~2020년 적용 계획

연내 13% 추가로 무상 공급…기업들 '숨통'
"임시방편일 뿐…무리한 감축 목표 손질해야"
정부가 2018년부터 3년간 적용하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2차 계획’의 밑그림을 24일 공개했다. 2015년 배출권거래제 시행 이후 산업계에서 나온 건의사항을 일부 반영했다. 해외 공장에서 온실가스를 줄인 국내 기업에 배출권을 추가 할당하고 친환경 시설 투자 기업에는 배출권 할당 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내용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또 연내 온실가스 배출권 6840만여t을 기업들에 추가 공급한다. 올해 기업들의 총 배출권(5억2191만t)의 13.1%에 달하는 물량이다. 한정된 배출권 거래를 둘러싸고 기업 간 물량 확보 경쟁이 벌어져 수급이 꼬이고 가격이 급등하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다. 배출권은 이산화탄소 등을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기업에 할당한 것으로 한국거래소에서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본지 1월23일자 A1, 3면 참조

산업계 불만은 여전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기후협정 비준 무효화 방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무리한 온실가스 감축목표(2030년 배출량 전망치의 37% 감축)를 고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2018년 이후 배출권을 얼마나 줄일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해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시적 업황 부진도 반영현재 602개 기업이 매년 정부로부터 온실가스 배출 한도(배출권)를 받고 배출량이 허용량보다 많을 땐 한국거래소에서 배출권을 구매하고 있다.

계획안은 할당제도 개선에 방점이 찍혀 있다. 배출권은 ‘과거 3년 온실가스 배출량 평균’을 기준으로 기업들에 할당된다. 친환경 투자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 기업은 배출권을 많이 못 받는 구조다. 정부는 내년부터 친환경 투자 기업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인센티브를 지급할 계획이다.

◆신·증설 ‘꼼수’ 방지신·증설 시설에 대한 할당 방식도 바뀐다. 지금은 신·증설 계획을 내기만 해도 배출권을 많이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신·증설에 따른 배출량 증가를 배출권 할당 시 미리 반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업체가 신고만 해놓고 신·증설을 하지 않는 꼼수를 써 결과적으로 배출권을 과도하게 많이 받은 사례가 발생했다. 내년부터는 시설 신·증설 및 가동이 확인돼야 배출권을 받을 수 있다.

매년 할당되는 온실가스 배출권은 올해까지는 100% 공짜지만 내년부터는 3%를 유상 할당한다. 정부는 기업이 약 6000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철강 반도체처럼 무역집약도가 높은 업종은 예외다. 이 밖에 해외에서 온실가스 감축 실적이 있는 기업에 배출권을 지급한다.

◆“기업 애로 해소된 것 없다”기업들은 실망하는 눈치다. 산업계에서는 미국의 파리기후협정 비준 철회 움직임 등에 정부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이날 정부의 계획안은 지난해 공표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그대로 유지했다. 재계 관계자는 “매년 온실가스 배출 한도가 적어지는 사실엔 변한 게 없다”고 지적했다.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불만도 나온다. 그동안 배출권이 남아도는 기업들은 배출권을 거래시장에 팔지 않고 쌓아뒀다. ‘향후 배출권 할당량’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거래시장이 교란됐지만 이번 계획안에는 개선 방안 등의 언급이 없었다. 한 에너지기업 관계자는 “2030년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매년 어느 정도씩 할당량을 줄일 것인지 대략적인 가이드라인도 찾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오는 6월까지 구체적인 할당계획을 세울 것”이라며 “기업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공청회도 자주 열겠다”고 말했다.

황정수/이태훈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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