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본업 제쳐두고 계산기 두드린 정치권

박종필 정치부 기자 jp@hankyung.com
정치·사회 등 비경제 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이 열린 21일. 오후 2시 본회의가 시작됐지만 출석 의원은 전체 재적 의원(300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14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대정부질문이 시작되자 하나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해 빈자리는 갈수록 늘었다. 질의한 의원들은 “대통령 코스프레 하냐”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다그치는 등 큰소리를 쳤을 뿐 정국 수습책을 찾고자 하는 진지함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전국이 홍역을 앓고 있지만 야당 의원들은 황 대행 체제에서 정부 권한과 권력구조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 한 야당 의원은 “촛불민심은 황 대행을 공범이라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몰아세웠다.

지난 9일 대통령 탄핵안 가결 후 소집된 임시국회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네가 나가라”며 서로 등을 떠밀며 당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새누리당은 말할 것도 없고, 야당도 국정 수습은 안중에도 없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이날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의원 30여명이 탈당을 선언했다. 친박(친박근혜)과 비박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되고 있는 데다 ‘옆집 불구경’하듯 관망하는 야당을 감안할 때 임시국회 회기는 오는 31일이 아니라 벌써 끝났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흘러나온다.

여야 정치권의 관심은 딴 데 있다. 사상 첫 보수정당 분열 후 정치 지형은 어떻게 변할지, 향후 대권 경쟁에 어떤 변수가 될지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야당은 이미 자당 대선후보를 노골적으로 띄우는 등 조기 대선체제로 돌아섰다.

여야 3당이 지난 12일 국정 공백을 수습하겠다며 출범을 약속한 ‘여·야·정 협의체’ 논의도 제자리걸음이다. 정국 수습의 주체가 될 ‘여·야·정 협의체’ 구성은 여당 몫 협상 테이블에 누구를 앉혀야 할지를 놓고도 갑론을박만 되풀이하고 있다.비박 신당과 야권이 합심해 친박계가 잔류한 새누리당을 여·야·정 협의체에서 고립시켜야 한다는 식의 정치공학만 난무한다.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국정 공백을 메울 해법을 제시하기는커녕 정치권 이합집산에 따른 득실 계산만 하고 있다.

박종필 정치부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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