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막아야죠"…산란계 집산지 양산 방역 '초비상'

계분 반출 금지로 농가마다 냄새 진동…농가 극도 예민
"하루하루 기도하는 심정으로 이겨내고 있습니다."

21일 오후 경남 양산시 상북면 한 산란계 농장 앞에서 통화한 농민 김모(56) 씨 목소리에는 근심과 피로가 함께 묻어 있었다.농장과는 제법 떨어진 거리였지만 계분(닭똥)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산란계 농가 계분 반출이 금지되면서 한 달가량 농가가 겪는 고통이다.

김 씨는 "냄새는 견딜 수 있는데 제발 무사히 AI가 지나갔으면 좋겠다"며 "연말이지만 외출도 못 하고 닭과 함께 고립돼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AI가 걷잡을 수 없이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지역 산란계 농가들은 신경도 극도로 예민해져 있다.

한 농민은 "농장을 오가는 차량 외에는 친척들 방문도 꺼리고 있을 만큼 늘 얼음판 위를 걷는 마음"이라고 힘겨움을 털어놨다.

한 대형 산란계 농장 사무실 입구에는 '1g AI 분변이 100만 마리 닭을 죽입니다'라는 문구를 붙여 놓고 긴장감을 높였다.계란을 낳는 산란계 집산지인 경남 양산에는 모두 28개 농가에서 120만 마리 닭을 사육하고 있다.

하루 유통되는 계란은 약 100만 개다.

도내 최대 규모다.양산에는 2008년부터 2014년 말까지 모두 4차례 AI가 닥치면서 산란계 농가가 큰 피해를 봤다.

다행히 현재까지 양산에서는 산란계 농가에서 피해 신고가 없지만 지난 15일 인근 부산시 기장군 토종닭 사육농가에서 AI가 발생하자 농가들은 덜컥 겁이 난다.

양산시는 선제 예방을 위해 아예 지역 내 280개 소규모 농가 토종닭 5천659마리를 사들여 살처분했다.

이날 양산시 상북면 축산종합방역소에는 산란계 농장 출입을 위한 차들이 부지런히 방역 소독에 분주했다.

방역복을 입은 시 공무원과 현장 근무자들도 차량마다 행선지와 차량정보를 꼼꼼하게 기록했다.

시는 지난 14일부터 이곳에 시 공무원들을 하루 2교대로 오전 6시부터 저녁 10시까지 현장에 배치하고 24시간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방역소에서 근무 중인 시 공무원 송봉열 씨는 "농장에서 소독필증을 요구하기 때문에 사료 차량이나 계란을 실어 나르는 화물차 등은 모두 이곳을 찾는다"며 "농가에서 고생하는 것 생각하면 힘든지 모르고 근무한다"고 말했다.

방역소 현장 근무자들은 추위 속에 대부분 컵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운다.

차량 소독을 한 뒤 농장으로 향한 계란 수송 차량 기사 방정국 씨는 "농가에서 농민들 만나면 정말 힘들게 계란을 생산하고 있다"며 "제발 무사히 AI 상황이 종료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양산천에서는 이날 시가 대형 친환경 광역살포기를 동원해 소독작업에 분주했다.

산란계 농장과 가까운 이곳 하천에는 최근 청둥오리 등 철새들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방역작업에 나선 박모(49) 씨는 "최근 경남에서는 AI로 의심되는 야생조류 폐사체가 잇따라 발견돼 더 꼼꼼하게 방역에 신경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AI 중점 방역지구인 시내 상북면과 하북면에 현재 설치한 2개 이동통제초소와 소독시설을 오는 23일까지 모두 8개소 확대하기로 했다.

산란계 농가들도 AI를 막으려고 매일 농장 곳곳을 자체 소독하는 등 AI를 막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산란계 3만 마리를 사육하는 심부연 씨는 "농장에서 힘든 것은 견딜만한데 서민 영양식인 계란 공급이 달리면서 가격이 오르는 것이 오히려 미안하고 걱정이다"고 말했다.대한앙계협회 부산경남지회 김기태 사무국장은 "AI 발생 이전보다 공급량이 절대 부족하면서 계란값이 20~30%는 올랐고 앞으로도 당분간 오름세는 계속될 것 같다"며 "AI가 종식될 때까지 농가에 차단 방역과 외부인 출입 통제를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산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choi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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