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멋대로 가산금리 못올린다…금감원, 산정체계 정비

점검 결과 불합리성 발견…대출금리 모범규준 손질
'제각각' 대출금리 공시체계도 개편…공시 기준 통일한다

은행마다 제각각 운용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의 산정기준이 정비된다.금융당국이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점검한 결과 불합리한 부분이 발견된 데 따른 조치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과 은행연합회, 시중은행들은 '대출금리체계 모범규준'을 정비해 불합리한 금리 관행을 손질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이날 김영기 금감원 부원장보 주재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과 은행연합회 담당자가 모여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금감원은 '대출금리체계 모범규준'이 정한 세부항목 기준이 모호해 은행마다 가산금리 운용에 차이가 크다고 보고, 산정기준을 더 명확히 규정할 방침이다.

은행들의 자의적 금리 인상을 막겠다는 취지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가파른 시장금리 상승세를 틈타 가산금리를 과도하게 높여 이자 수익을 올리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달부터 대출금리 산정체계가 적정한지 점검해왔다.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표금리(기준금리)와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정하는 가산금리를 더해 산정된다.

고정금리 대출의 경우 통상 금융채 금리와 가산금리, 변동금리 대출은 코픽스(COFIX)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다.

여기에 급여 이체, 카드 사용 실적 등을 고려한 우대금리를 차감하면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적용받는 금리가 산출된다.기준금리는 금융채와 코픽스에 연동되기 때문에 은행들의 재량권이 거의 없지만 가산금리는 은행별로 목표이익률, 업무원가, 위험 프리미엄 등을 반영해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재량이 크다.

지금의 대출금리 산정체계에서는 은행들이 정한 목표이익률(대출채권을 통해 얼마만큼의 이익을 얻을 것인지 정해놓은 수치)에 따라 가산금리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게 돼 있다.

소비자들은 은행들이 언제 어떻게 금리를 조정할지 예측이 어렵다.

금감원 점검 결과 일부 은행들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0.3∼0.4%를 오가는 상황에서 목표이익률을 2%대로 높게 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목표이익률을 높이면 자연스레 대출금리가 올라간다.

은행들은 금리가 지나치게 올라 다른 은행의 대출상품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목표이익률은 그대로 둔 채 가감조정금리(감면금리)를 내리는 방법도 쓴 것으로 나타났다.

감면금리는 본점·영업점장 전결로 바꿀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원래 5천원짜리 물건에 1만원짜리 가격표를 붙여둔 뒤 소비자들에게 5천원에 할인 판매하겠다고 광고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대출금리체계 모범규준은 2012년 금감원과 은행들이 함께 만든 것이다.

당시에도 오락가락 바뀌는 가산금리가 불합리하다는 문제가 제기돼 제정됐으며 지금까지 한 차례 개정이 있었다.

당시 은행은 대출자 요구가 있을 때 가산금리를 바꾼 사유를 안내해야 한다는 항목이 추가됐다.

가산금리 산정체계에 대해 은행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경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반영되는 것이 바로 가산금리"라며 "대기업이 내년도 사업계획을 제대로 잡지 못할 정도로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는 가산금리가 당연히 오르게 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번에 은행별로 제각각인 대출금리 공시 체계도 개편하기로 했다.

은행 대출금리는 은행연합회나 개별 은행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은행연합회 공시는 통일된 기준에 따르기 때문에 비교하기 쉽지만 1개월 전 금리라 시의성이 떨어진다.

최근 금리 수준은 은행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데, 최고금리만 공개되기도 하는 등 기준이 달라 비교가 어렵다는 게 문제다.금융당국은 각 은행이 홈페이지에서도 통일된 기준에 따라 실제 대출금리를 공시하도록 해 금융소비자가 쉽게 금리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