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지인 회사 117억 몰아줘"…檢 '직권남용' 혐의 적용

지경부 국장, 사무실로 불러 '호통'…탈락 업체 재선정 영향

대우조선해양 경영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강만수(71) 전 산업은행장이 지식경제부에 압력을 행사, 지인 업체가 국책 과제로 선정되도록 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검찰은 전날 강 전 행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알선수재, 뇌물수수, 제3자 뇌물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강 전 행장은 2009년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지인 김모(구속기소)씨의 바이올시스템즈가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의 국책 과제를 따내는데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09년 9∼10월께 바이올시스템즈는 지식경제부가 발주한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 사업' 과제에 신청했지만 탈락했다.심사위원들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회사의 기술에 경제성·사업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씨는 강 전 행장을 찾아가 국책 과제를 맡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경제지 기자 출신인 김씨는 기획재정부를 출입하면서 당시 장관이었던 강 전 행장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강 전 행장은 지경부 담당 국장을 불러 "좋은 사업이니 바이올시스템즈가 선정되게 하라"며 지시했다.

국장이 "내년에 다시 심사가 있다"고 하자 "올해에 심사하라"고 화를 내며 거듭 종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이 국장은 김씨를 불러 심사 이의를 제기하도록 했고, 지경부는 강 전 행장의 지시를 따르는 사람들로 평가위원을 구성해 바이올시스템즈 선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했다.주관 기관으로 선정된 이 회사는 지경부로부터 70억원을 지원받았지만, 이 사업은 결국 아무런 성과 없이 종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씨는 바이오 에탄올을 상용화할 구체적 계획과 능력이 없으면서도 2012년 2월∼2013년 11월 대우조선해양에서 44억원의 투자를 받은 혐의로 지난 9월 구속기소됐다.

김씨는 2011년 5월 관세청과 분쟁을 겪는 주류 수입판매업체 D사 관계자로부터 조세 관련 공무원에 로비해주겠다며 3억2천5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이와 관련 강 전 행장이 관세 분쟁이 불거진 2009년 관세청장과 면담하며 직접 무마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검찰은 이처럼 바이올시스템즈가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총 117억원에 이르는 특혜을 받는 과정에 강 전 행장이 적극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 전 행장 측은 "공무원에게 직권남용죄가 적용돼 기소됐을 때 실제 재판 과정에서 유죄로 인정되는 예가 매우 드물다"며 "고위 공직자가 의사 결정한 것을 건건이 문제 삼으면 어느 공직자가 정책 결정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발했다.

강 전 행장의 구속 여부는 30일 오전 10시 30분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결정된다.심문은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맡는다.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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