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I: 스케치] '미씽: 사라진 여자', 모성이라는 이름의 괴물

'미씽; 사라진 여자' /사진=메가박스(주)엠플러스엠
사고는 사람을 가리고 찾아오지 않는다. 영화 '미씽 : 사라진 여자'(감독 이언희)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로 이 사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미씽'에는 두 여자가 등장한다. 남편과 이혼 후 양육권 분쟁 중인 지선(엄지원)은 홀로 아이를 키우며 언론홍보대행사 실장으로 일한다. 그가 기댈곳은 중국인 보모 한매(공효진) 뿐이다. 한매는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작은 호의조차 기대할 수 없는 삶을 산다. 척박한 시골에 팔리듯 시집 와 무심한 남편과 임신부터 하라는 시어머니의 등쌀에 한국어를 배울 기회조차 없다.

남편을 떠나 닿게 된 곳은 지선의 집. 오갈 곳 없는 한매는 지선 가정에 입주 보모로 기거하게 된다. 한매에 대한 지선의 의존도는 높았다. 밤낮없이 일하는 회사에서 지선을 구원할 곳은 한매와 아이 뿐이었다.

어느 날, 아이 다은이 예방접종 할 시기라며 집을 나선 한매가 돌아오지 않는다. 한매의 외국인등록증은 거짓이고, 휴대전화 조차 대포폰이었다. 믿었던 한매가 감쪽같이 사라지면서 지선은 5일간의 추적을 시작한다.
'미씽; 사라진 여자' /사진=메가박스(주)엠플러스엠
'미씽'은 남성성이 즐비한 한국 영화계에 모처럼 등장한 여성 중심 영화다.

이언희 감독은 지난 21일 가진 언론시사회와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서 여자로서 살아가면서 또래 여성들이 가진 상황과 갈등이 영화에 반영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결국 여성이 여성을 구원하는 얘기"라며 "'지선'과 '한매'로 대변되는, 나와는 관계없다고 여겼던 주변의 이야기가 결국 나 역시 겪을 수 있는 일이었다는 점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통속적이고 전형적이라 여겨지는 전개들은 두 엄마 역을 맡은 엄지원과 공효진의 호연으로 다른 결을 만들어 낸다.

엄지원은 단순히 뛰는 장면에서도 감정을 놓치지 않으며 '역대급' 연기를 펼친다. 무능한 남편과 경찰보다 먼저 아이를 찾아 나선다. 지선의 절박한 심정이 엄지원을 통해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드라마 '질투의 화신'으로 로코퀸 명맥을 이은 공효진은 지금까지 한 번도 선보이지 않은 새로운 얼굴을 드러낸다. 한국어가 서툰 중국인 보모라는 설정은 그를 고민에 빠지게 했다. '중요한 부분에서 웃음이 터질까 걱정이 많았다'던 공효진의 우려는 기우였다. 작품은 가혹한 시련에 처한 두 30대 여성의 고통을 세밀한 감정선을 따라 보여주며 대중의 공감을 극대화한다.

'모성'은 어느 순간 갖게 되는 정체성의 일부일 수 있지만 어쩌면 강요당할 수 있는 감정이라는 것. 영화 '미씽'은 모성의 진정한 가치를 돌아보게 하는 상상 그 이상의 이야기다. 오는 30일 개봉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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